31일 서울시민들을 큰 혼란에 빠뜨린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과 이것이 잘못됐다고 알린 행안부의 '오발령' 문자, 또 이어진 서울시의 경계경보 해제 등의 혼선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재난상황에 대한 이해와 소통 부족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백령도와 대청도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경계경보 발령후 행안부와 지자체간 정보를 공유하는 내부망인 '지령방송'에 대한 오해 내지 오류에서 비롯됐다.
행안부에 따르면 행안부 중앙통제소는 31일 오전 6시 30분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 방송을 보냈다.
이 가운데 문제를 촉발시킨 문구는 '경보 미수신 지역'이었다. 전체 문구를 객관적으로 해석하면 현재 백령과 대청면에 경계경보가 발령 중인데 경보를 받지 않은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말하자면 백령도와 대청도 외의 대한민국 전 지역도 경계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령 방송에서는 경보 미수신 지역이 백령·대청면에 국한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지령 방송이 떨어진 후 2분 뒤인 오전 6시 32분 시 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행안부 중앙통제소로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는 관련 메뉴얼에 따라 경계경보를 발령했다"며 "경계경보 발령을 하지 않은 시도가 문제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서울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잉대응이었을 수 있으나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을 '오발령'(잘못된 발령)으로 규정한 행정안전부는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시만 경계경보를 발령한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령방송의 '미수신 지역'이란 백령·대청면 지역 중 기술적 결함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이라며 "지령 방송이 오해의 소지가 크다면 17개 시도 중 왜 서울시만 오해했겠냐"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는 다 경보 미수신 지역을 백령도나 대청도 지역으로 이해했는데 서울시만 이해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또다른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미수신 지역' 앞에 백령면, 대청면이라는 표현만 있어도 서울시의 오해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문구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문구를 처음 보는 사람은 오해할 수도 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그동안의 훈련이나 지령방송을 통해 다 이해하는 부분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지령방송이) 보다 명확히 이해될 수 있도록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