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하반기 '보합' 전망 우세…"내집마련 한다면 분양·급매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 1년 여 만에 상승 전환…전세도 하락 멈추고 상승
일선 전망도 회복세…공인중개사 4명 중 1명만 "서울 집값 떨어진다"
전문가들 "서울 아파트, 추가 하락 가능성 제한적…실수요자, 급매면 매수 검토해볼만"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각종 지표가 개선되면서 '집값 바닥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은 1년 여 만에 모두 상승 전환했고, 시장 분위기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접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서울 집값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추세적 상승 가능성을 전망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향후 서울 아파트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서두르지는 않되 꼼꼼하게 시장을 지켜볼 것을 조언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모두 상승…중개업자도 25%만 "더 떨어진다"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3%를 기록하며 지난해 5월 이후 51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세가격도 0.01% 오르며 지난해 1월 이후 약 1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공인중개사들이 체감하는 서울 아파트 시장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5월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2.0으로 전월(83.1) 대비 8.9포인트(p) 상승했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가 9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5월(92.2) 이후 1년 만이다.

매매전망지수는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6000여개를 대상으로 3개월 내 아파트값 전망을 물어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 이상이면 상승, 100 미만이면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수 자체는 여전히 기준선을 하회 했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온도 차가 상당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답변이 85.0%에 달했으나 5월에는 25.5%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상승 전망은 0.1%에서 10.5%로 늘었다. 특히 강남권의 개선세가 뚜렸했는데 강남 11개 구 매매전망지수는 지난해 12월 51.4까지 내렸지만, 이달은 전월 대비 10p 오른 94.0으로 집계됐다. 5월 강북 14개 구 지수는 89.9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 바닥은 찍었다…인기지역 매도자들 집값 더 안 내려"


연합뉴스

CBS노컷뉴스가 부동산 시장전문가 8명에게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 전망을 묻자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은 바닥은 찍은 시점이라고 본다"며 "매수의사가 있는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서면서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고, 이후 호가가 올라가고 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간 희망가격 차이 때문에 거래는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어 이런 거래량으로 추세적 상승 전환을 전망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도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많이 빠졌는데 '이 정도 가격이라면 집을 사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체결되면서 급매가 소진된 이후 매수희망자들이 그보다 높은 금액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들은 현재 수준의 가격이 버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로 서울 아파트 시장 기술적 반등…추세적 상승 반전은 글쎄"

스마트이미지 제공

강남권 등 서울 일부 지역의 호가 상승 등으로 대변되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기술적 반등'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속적인 규제완화 효과에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제한 폐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지난해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하고 있는데 추세적 상승세보다는 기술적 반등세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22%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최근 반등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시장에 작용하는 경로의존성 등을 감안하면 반등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침체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하면 하반기 서울 아파트값이 추세적 상승으로 반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김규정 소장은 "지표상 시장 기조가 바뀐것은 확실하고 기술적 반등은 맞지만 아직은 낮은 수준인 거래량과 상승거래 비중, 매매전환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세가율 등 변수들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에서 더 크게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은 견고해지고 있으나 본격 시장 회복이나 추세적 상승 전환을 예측하기에는 근거가 약해 보인다"며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과 악재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서울 아파트는 하반기에 횡보장 속 투자성이 강한 상품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은 "최악은 지났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하반기에 서울 아파트값 폭등을 예측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급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오른 지역들 중 추격 매수가 이어지지 않는 지역들이 상당하고 현재 거래되는 물건들은 매수자들이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하는 싼 매물만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보합' 분위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세시장 상황, 향후 시장 향방 결정…역전세·입주물량 후폭풍 주목"

향후 서울 아파트 시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는 거래량과 전세시장 상황 등이 꼽혔다.

신한은행 WM사업부 우병탁 부동산팀장은 "하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역전세 충격이 어느 정도 될 것이냐'일 것"이라며 "1주택자이든 다주택자이든 역전세난 충격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느냐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예정된 입주 물량을 보면 서울 전체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강남과 서초 일대에 입주가 몰려있는데, 한정된 지역에 신규 입주가 몰리면 전세를 끌어내릴 수밖에 없고 해당 지역의 전세가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입주 물량이 해당 지역 전세가격의) 큰 폭의 하락을 주도하진 않더라도 다른 제반 조건들이 집값 상승 반전을 만들려고 해도 강남권의 전세가격 하방 압력을 받는다면 단기적으로 매매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도 "상반기에는 금리안정과 대출규제완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쓴 상황에서 시장이 연착륙됐다고 봐야 한다"며 "거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이고, 특례보금자리론도 90% 소진된 상황에서 가계부채 급증과 경기침체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집값이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 같고 앞으로는 역전세난와 입주물량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데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권에 입주가 지정되어 있고 입주물량 과다지역의 전셋값 하락과 이에 따른 급매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아파트값 더 내릴 가능성 제한적…실수요자, 분양·급매 괜찮다"

박종민 기자

내집마련을 염두에 둔 실수요자라면 향후 추가 집값 급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서두르지는 않더라도 자기자본 수준을 감안해 신규 분양이나 급매를 중심으로 매수를 검토하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인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 증가와 전세가격 하락폭 둔화, 최상위 시장의 집값 상승 등 여러 부동산 지표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본격 반등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시장 개선세가 2분기 이상 지속되어야 하는데 실수요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와 세계경기, 국내 실물경제 등은 여전히 좋지 않아 올해 하반기 시장의 추세적 상승 전환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난해 하반기처럼 다시 가파르게 내릴 가능성도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거주할 주택을 매수할 실수요자는 시장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과 노임 상승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분양가가 더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좋은 입지에 합리적인 분양가라면 분양을 노려볼 만 하고 고점 대비 20~30%, 현 시세 대비 10% 이상 가격이 낮은 급매나 매매가격의 70~80% 수준으로 진행되는 경·공매를 통한 내집마련은 검토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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