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31일 제주도 동남쪽 남해 공해상과 제주해군기지에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 회의와 함께 열리는 '동방의 노력(Eastern Endeavor '23)' 훈련을 실시했다.
다만 태풍 '마와르'의 영향으로 당초 제주도 근처 바다에서 여러 나라 특수부대들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승선검색(VBSS)을 포함한 해양차단훈련은 규모가 축소됐다.
PSI는 대량살상무기 그 자체와 운반 수단(미사일 등), 관련 물품의 불법 확산을 막기 위해 2003년 출범한 국제협력활동이다. 특정 나라를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2002년 12월 북한 화물선 서산호가 스커드 미사일과 화학물질을 예멘에 밀수출하려다 스페인 해군에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 견제 성격이 크다.
우리가 주관하는 PSI 해양차단훈련은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2019년에도 부산에서 '동방의 노력' 훈련이 열리긴 했는데 학술회의와 도상훈련 중심이었다. 올해는 제주도에서 열렸는데,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VBSS 훈련은 규모를 축소해 제주해군기지 내에서 열렸다.
훈련은 대량살상무기 또는 그 부품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선박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각국이 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실제 상황이었으면 이번에 참여한 우리 해군 왕건함, 미 해군 밀리우스함, 일본 해상자위대 하마기리함, 호주 해군 앤잭함, 한국 해경 5002함(이청호함)이 각자 유기적으로 연계해 선박을 바다에서 멈춰 세웠을 터이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여기에 필요한 실제 절차를 통신으로 주고받는 지휘소훈련(CPX)으로 진행했다.
이 훈련을 주관하는 지휘관들이 위치한 마라도함 내 다국적 협조본부에서는 여러 나라 군과 기관들이 한데 모여, 대량살상무기 적재 의심선박에 대한 각종 첩보와 정보를 종합하고 국제공조와 협조를 통해 원활하게 작전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본격적으로 VBSS 훈련이 시작되자 먼저 WMD 적재 의심 선박 역을 맡은 우리 해군 군수지원함 대청함에 우리 해경 특공대가 고속단정(RIB)을 타고 접근한 뒤 사다리를 타고 접근, 배에 올라 선장 등 주요 인원들의 신변을 확보한다.
직후 우리 해군 특수전전단 특수임무전대(UDT/SEAL) 인원들도 투입, 문제의 선박을 샅샅이 뒤지자 갑판 창고에서 수상쩍은 물질이 발견됐다. 2차에 걸쳐 투입된 특수부대원들이 배를 모두 장악하자, 화생방 물질을 전문으로 다루는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특수임무대가 배에 올랐다.
화방사 특임대는 말 그대로 화생방 물질을 다루는 데 특화된 부대로, 배에서 발견된 문제의 물질이 무엇인지 검사를 통해 알아내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검사 결과 수상쩍은 물질은 실제 WMD인 '신경작용제'로 확인, 방호 조치를 진행하고 증거를 확보해 배에서 나오는 것으로 훈련이 마무리됐다.
훈련 지휘관인 해군 7기동전단장 김인호 준장은 "바다에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으며, 이번 훈련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우리 정부와 군의 주도적 역할 수행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다"며 "훈련을 통해 참가국 상호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해양차단능력을 배양하는 등 국제적 대응 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