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韓 이민자 경험 담긴 '엘리멘탈'…감독 "부모님께 감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엘리멘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피터 손 감독과 이채연 3D 애니메이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민 2세대이자 디즈니·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이 자신의 경험과 배움을 녹여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제76회 칸영화제 폐막작인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레아 루이스)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마무두 아티)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디즈니·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을 비롯해 이채연 3D 애니메이터, 전성욱 레이아웃 아티스트, 김혜숙 애니메이터, 아놀드 문 크라우드 테크 리드 등 여러 명의 한국인 아티스트가 참여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엘리멘탈' 기자간담회에는 피터 손 감독과 이채연 3D 애니메이터가 참석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피터 손 감독은 "정말 영광이다.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두 분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부모님이) 모든 애정과 사랑을 내게 보여주셨고, 덕분에 그 모든 것을 이 영화에 담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남다른 느낌"이라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외화 '엘리멘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민자 경험이 담긴 '엘리멘탈'과 파이어타운


'굿 다이노' 피터 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기도 한 '엘리멘탈'은 제작 단계부터 원소들을 의인화한 기발한 설정과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을 구현했다. 무엇보다 '엘리멘탈'은 이민 2세대인 피터 손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피터 손 감독을 비롯한 100여 명의 이민 1, 2세대들이 '엘리멘탈'을 위해 실제 경험담을 공유하며 더욱 사실적이고 풍성한 스토리가 완성됐다. 영화의 주 무대 중 하나인 파이어타운의 디자인에도 이러한 경험이 녹아있다.
 
피터 손 감독은 "파이어타운은 이민자 구역이다. 어릴 때 뉴욕에서 자란 경험을 반영했다. '불'이 문화 그 차제인 파이어타운에는 외국인 혐오와 차별도 있다. 뉴욕에서 내가 그런 걸 경험한 게 반영됐다"며 "자라면서 느낀 건 여러 민족 공동체가 잘 섞이며 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잘 섞이지 못한다. 잘 섞이지 못하는 경우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 그런 부분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엘리멘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피터 손 감독과 이채연 3D 애니메이터, 사회자 박경림(가장 왼쪽).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러면서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 관해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과거 미국으로 이민 온 감독의 부모님은 식료품 가게를 하면서 다양한 손님을 만났다. 감독의 아버지는 영어 한마디 못했지만, 손님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필요한 부분을 도와줬다.
 
감독은 "나도 기억하는데 당시 외국인 혐오도 있었지만, 부모님을 도와주신 분도 있었다"며 "부모님이 겪은 여러 모습을 보며 공감능력, 인종의 다양성, 사람의 다양함이 가진 가치를 피부로 느꼈기에 영화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인 불 원소 앰버와 물 원소 웨이드 두 캐릭터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처음에는 차별을 겪게 되면 놀라고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자라면서 많은 걸 겪다 보면 오히려 나의 정체성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난 100% 한국인의 피를 가졌지만, 미국에서 태어났다. 무엇이 날 만드는지 그런 사건을 겪으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앰버도 마찬가지다. 본인 안에 있는, 자기도 몰랐던 걸 알게 된다"며 "'물'인 웨이드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앰버가 웨이드를 보면서 자기에 대한 더 많은 걸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채연 애니메이터 역시 "나도 이민자로서 주인공 앰버에게 더 감정 이입을 했다"며 "다양한 인종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살 수 있는지, 그걸 더 많이 알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외화 '엘리멘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원소에 '감정'을 담아내기까지

 
'엘리멘탈'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러한 이민자로서 겪은 감독과 부모님의 경험을 불, 물, 공기, 흙 4개 원소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시각효과 감독 산제이 바크시가 "픽사 작품 중 전례 없는 수준의 효과와 규모였다"고 자부했을 만큼 '엘리멘탈'은 보통의 작품보다 두 배 많은 효과 아티스트들이 동원됐다. 새로운 네 개의 세상과 네 개의 원소 캐릭터들을 창조하기 위해서다.
 
물 원소들에 의해 설립된 엘리멘트 시티는 '원소끼리는 섞일 수 없다'는 원칙하에 여러 자치구로 나뉘었다. 물, 공기, 흙의 자치구들이 먼저 생겼고 가장 마지막으로 불의 자치구인 파이어타운이 생겼다. 이러한 설정은 앰버에게 엘리멘트 시티를 탐험할 수 없는 장애물처럼 느껴지게 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기회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피터 손 감독은 "처음부터 불, 물 등 원소 자체를 그려내기 굉장히 까다로웠다. 효과를 사용해서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며 "겉으로 보이는 모든 건 앰버의 내적 갈등, 내적인 모든 감정이 밖으로 표출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채연 애니메이터 역시 원소들의 움직임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게 가장 힘든 점이었다. 그는 "불의 경우 사람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사람 몸에 불이 붙은 게 아니라 앰버 자체가 불이 되도록 해야 했다. 불의 일렁임을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애니메이터들이 많이 연구했다"며 "웨이드는 물풍선이 모티프였는데, 젤리 같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늘 고민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민자의 이야기 다룬 이야기인 만큼 나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며 "관객분들이 재밌게 보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민자들의 경험을 불, 물, 공기, 흙이라는 네 가지 원소로 표현한 '엘리멘탈'은 오는 6월 14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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