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이도훈 2차관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에 대해 "북한의 핵 개발 활동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대해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해상 불법 환적, 해외 노동자 파견, 암호화폐 탈취 등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회피 활동에 대해서도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훈 2차관은 30일 오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 회의가 열리는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PSI는 대량살상무기 그 자체와 운반 수단(미사일 등), 관련 물품의 불법 확산을 막기 위해 2003년 출범한 국제협력활동이다. 특정 나라를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2002년 12월 북한 화물선 서산호가 스커드 미사일과 화학물질을 예멘에 밀수출하려다 스페인 해군에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 견제 성격이 크다.
현장에서 미 국무부 보니 젠킨스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PSI에는 북한을 비롯해 많은 도전이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무인항공기(UAV) 러시아 수출 등도 예로 들 수 있다"며 "중국이 PSI에 참여를 희망한다면 그 또한 논의해 볼 수 있는 사항이다"고 말했다.
드론을 대량살상무기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지만, 대량살상무기의 운반 수단이 될 수는 있다. 러시아는 이란에서 수입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해 공격에 이용하고 있다. 원리 자체는 순항미사일과 비슷하지만 좀더 오래 날기 때문에 정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자폭 드론과 순항미사일의 경계는 다소 모호해지고 있다.
기자회견 뒤 이어진 인터뷰에서 젠킨스 차관은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북한을 포함해 (이번 PSI) 회의에서 거론된 나라들이 여러 군데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현재의 환경에 있어 이들은 가장 자주 (현 비확산 체제에 대해) 도전하는 국가들이며, 왜 이들을 다루기 위해 함께 일하고 다국적 협력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PSI 공동성명은 "PSI가 암호화폐를 동반한 확산금융, 무형기술이전, 확산행위자들의 국제법 우회 기법 발달 등 새로운 확산 관행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3D 프린팅,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의 중요 신흥 기술이 추가적인 비확산‧반확산 관련 도전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며 기술의 진화에 따른 영향 및 도전과제를 검토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눈부시게 발달하는 첨단 기술에 의해 기존의 화생방 무기가 더 강력해지거나, 아예 새로운 대량살상무기가 출현할 수도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젠킨스 차관은 이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발달하는 기술이 어떠한 방법으로 쓰이는지 주시하고 있다. 물론 좋은 점도 많고 악의적으로 쓰일 수 있는 방법도 많다"며 "국무부에서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며 이러한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규칙을 발전시키는 일이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 2023)'에서 군사용 AI에 대해 다뤘다는 점을 언급하며 "산업 분야까지 자연스럽게 포함해서, 적어도 각 나라들이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한도를 정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양자컴퓨팅과 대량살상무기를 다루는 일에 대해서도 같고, 우리가 PSI에서 다루는 것들은 미래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와 함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도 포함하고 있다"고 답했다.
젠킨스 차관은 헤이그 회의에서 AI 기술 채택에 따른 위험성으로 시스템 해킹·오작동, 신뢰 가능성 문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 등을 사례로 들며 "책임 있게 (응용)해야만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많은 국가가 이러한 도전에 대한 고민이 아직 초기 단계고 각자 다른 견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공통 위험을 다루기 위해 공통된 규범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