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샐러드가 출시되고, 하이볼이 개발되는 등 업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제품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광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사용에 불이 붙으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신선함을 넘어 챗GPT와의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업계 고민이 가속화되고 있다.
SPC삼립이 운영하는 피그인더가든은 30일 샐러드 업계 최초로 챗GPT를 활용해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SPC삼립은 챗GPT에게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샐러드 형태를 알려줘', '최근 샐러드 트렌드가 반영된 레시피를 알려줘', 'MZ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토핑을 알려줘' 등의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챗GPT는 최근 건강식 트렌드를 바탕으로 단백질 토핑을 강조했고, 곡물, 닭가슴살, 메추리알, 새우 등의 재료를 추천했다.
이에 SPC삼립은 바베큐치킨, 쿠스쿠스 쉬림프, 오트 메추리알 등 신제품 3종이 출시했고,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GS25도 주류 제조사 부루구루와 함께 '아숙업하이볼'을 지난 17일 출시했다.
아숙업(AksUP)은 챗GPT 기반의 인공지능으로 맛, 알코올 도수, 레시피, 디자인, 가격 등 하이볼 신제품 기획 전 과정에 함께했다.
개발 초기 '맛있는 하이볼 레시피를 알려줘', '캔의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할까?', '가격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의 질문을 주고받았고, 아숙업은 레몬향과 위스키의 오크향이 어우러진 제품을 추천했다.
광고 분야에서는 베스킨라빈스가 4월 이달의 맛 홍보를 위해 챗GPT를 활용해 동화 콘셉트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고, CJ AI센터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 성향에 맞게 광고 문구를 생성해주는 AI 카피라이터를 도입했다.
생성형 AI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고,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챗GPT가 벌써 이렇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에 소비자들도 재밌게 느끼시는 것 같아 앞으로 활용도가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챗GPT가 유용한 정보를 선별해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프로세스는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드는 품을 줄여 주기도 한다. 챗GPT의 오류로 꼽히는 엉뚱한 답변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행위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생각보다 매우 합리적이고 바로 시장에 적용할 수 있겠다 싶은 제안을 내놓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상한 편견이나 궤변을 늘어놓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챗GPT의 능력에 의존해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는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 중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며, 트렌드를 반영한 제안을 낼 수는 있지만, 그대로 따라가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라며 "창의적·비판적·합리적 판단력을 토대로 사람이 걸러내는 구조가 중요하고, 그래야 실질적인 시장 반응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챗GPT의 한계를 인식하고, 보완책과 함께 더 나은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SPC삼립은 챗GPT의 제안을 실무진이 다각도로 검토해 실제 상품화가 가능한 제품군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GS25도 아숙업의 추천 중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 제품 특징과 병 디자인 등을 검토해 실제 출시에 반영한 것이라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도입한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 도입한 초기 단계로 적합한 활용 방법을 고민하는 시점"이라며 "차별화 포인트를 고려하면서 점차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