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트릭-마스크-100호골, 그리고 8위…손흥민의 '2022-2023시즌'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 자료사진. 연합뉴스

최종 성적표는 7시즌 연속 공격포인트 20개(14골 6도움) .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2022-2023시즌을 끝냈다.
   
손흥민은 지난 29일(이하 한국 시간) 리즈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최종전을 끝으로 공식 경기 일정을 마쳤다. 이날 손흥민은 시즌 6호 도움으로 활약했고 토트넘은 4 대 1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최종 리그 8위에 그쳐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클럽 대항전 진출권을 잃었다. 손흥민으로서는 2015년 EPL 무대 입성 후 처음 겪는 일. 토트넘이 8위를 기록한 것은 2008-2009시즌 8위 이후 14년 만이다.
   
■ 영입도, 컨디션도 최고였던 토트넘
   
시즌 초반 해트트릭을 달성한 토트넘 손흥민. 연합뉴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토트넘과 손흥민의 분위기는 최상이었다. 지난 여름 이적 시장 때 공격수 히샤를리송, 미드필더 이반 페리시치와 이브 비수마, 수비수 클레망 랑글레,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 등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지난해 7월 프리 시즌은 한국을 방문해 팀-K리그와 멋진 경기를 펼쳤다. 손흥민은 단짝 듀오 해리 케인과 4골을 합작했고 6 대 3 승리를 이끌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달궜다.
   
8월 6일 2022-2023시즌 EPL 첫 경기. 손흥민은 사우샘프턴과 홈 경기에서 1호 어시스트로 팀의 결승골을 도왔다. 4 대 1로 이긴 토트넘은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잠시 골 소식이 없었지만 기우였다. 2021-2022시즌 EPL 공동 득점왕까지 오른 손흥민은 지난해 9월 18일 8라운드 레스터 시티와 홈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돼 31분 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펄펄 날았다. 10월 13일 2022-2023시즌 UCL 조별리그 D조 4차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와 홈 경기에서 멀티골을 쏘아 올렸다.  
   
■ 모든 걸 바꾼 안면 부상
   
경기 중 안면 부상을 당한 손흥민. 연합뉴스

11월 2일 끔찍한 부상이 발생했다. 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 UCL 조별리그 D조 최종 6차전에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전반 24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찬셀 음벰바와 헤더 경합을 펼쳤다. 하지만 음벰바의 어깨가 왼쪽 얼굴을 강타했고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왼쪽 눈두덩이 쪽이 크게 부어오른 손흥민. 코칭스태프의 부축을 받으며 곧장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결과는 왼쪽 안와 골절이었다. 좌측 눈 부위에 네 군데 골절상을 입었다. UCL 16강에 진출했지만 토트넘으로서는 너무 큰 손실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마쳤다. 하지만 회복이 필요했다. 손흥민이 빠진 토트넘은 리버풀전에 패해 리그 4위로 내려왔다.
   
3주 앞으로 다가온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월드컵. 벤투호로서도 캡틴 손흥민이 절실했다. 선수들은 손흥민을 걱정하면서도 합류를 기대했다. 손흥민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면서 출전 의지를 밝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전임 사령탑이던 파울루 벤투 감독도 손흥민이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
   
■ 카타르 휩슨 '검은 마스크'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쓴 손흥민. 연합뉴스

캡틴 손흥민의 선택은 안면 보호 마스크였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제작한 검은색 보호 마스크를 들고 카타르로 향했다. 왼쪽 눈에는 수술 흉터가 선명했지만 의지를 불태웠다.
   
11월 24일 마침내 시작된 조별리그 H조 우루과이와 첫 경기, 손흥민은 마스크와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장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손흥민처럼 마스크를 끼고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0 대 0 성적표를 거둔 한국은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2차전 가나전은 2 대 3으로 졌다. 12월 3일 마지막 포르투갈전에 16강 진출 운명이 걸렸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포르투갈에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김영권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무조건 이기고 다른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 해결사는 손흥민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은 공을 잡고 상대 진영까지 달려갔다. 수비가 앞에 있던 순간 다리 사이로 패스를 찔렀고 달려온 황희찬이 결승골을 밀어 넣었다. 손흥민은 마스크를 집어 던지며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공격 축구로 맞붙었다. 비록 1 대 4로 졌지만 모두가 행복했던 월드컵 여정이었다.
   
■ 마스크는 벗었지만 콘테 감독과 작별
   
안토니오 콘테 감독(왼쪽)과 손흥민. 연합뉴스

토트넘으로 복귀한 손흥민은 곧바로 시즌을 재개했다. 손흥민의 기량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답답한 마스크는 시야를 가렸다.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도 부진했다. 연패 등을 거치며 순위가 내려갔다. 올해 1월부터 마스크를 벗은 손흥민은 반등을 노렸다.
   
이미 카라바오컵은 조기 탈락했다.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FA컵에서 모두 탈락했다. 남은 것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가 걸린 리그 순위 전쟁.
   
이번에는 감독 변수가 생겼다. 지난 3월 27일, 성적 부진과 토트넘 구단을 향해 쓴소리 했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지난 1년 4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21년 11월 누누 산투 감독 경질 후 토트넘 사령탑에 올라 극적인 리그 4위를 이끌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지만 사실상 경질 됐다.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는 감독 대행이 됐다.
   
■ EPL 100호 골에도 토트넘은 추락
   
토트넘 손흥민 자료사진. 연합뉴스

손흥민은 개인 커리어로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8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 리그 홈 경기에 출전해 전반 10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EPL 통산 260경기에서 넣은 100번째 골.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기쁨도 잠시. 토트넘은 23일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1 대 6으로 대패했다. 21분 만에 5골을 허용한 졸전이었다. 토트넘은 원정 경기를 온 팬들에게 입장권 환불까지 했지만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감독 대행이던 스텔리니 수석코치도 경질됐다. 지휘봉은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이 잡았다.
   
뉴캐슬전 후 토트넘의 순위는 6위로 내려갔다. 클럽 대항전을 위해 희망을 품었지만 다음 시즌 UCL 진출권이 걸린 4위는 고사하고 UEFA 유로파리그 티켓 마지노선인 6위도 지키지 못했다. 결국 토트넘은 7위에게 주어지는 UEFA 콘퍼런스리그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고 최종 8위로 시즌을 마쳤다.
   
■ 감독 선임부터 케인 이적 이슈까지…숙제 산적한 토트넘
   
토트넘 손흥민과 해리 케인. 연합뉴스

이제 토트넘은 2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급선무는 감독 선임이다. 여러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아직 확정된 사람은 없다. 토트넘 팬이 기대했던 전임 사령탑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 감독으로 부임했다.
   
팀의 주포 케인의 거취도 이슈다. 이번 시즌 케인은 EPL에서 30골(3도움)을 터뜨렸다. 토트넘이 리그에서 70골을 터뜨린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골을 케인이 책임졌다.
   
케인이 원하는 것은 우승 트로피다. 토트넘에서 각종 기록을 세웠지만 유독 우승 트로피는 거머쥐지 못했다. 다음 시즌 우승할 팀이 있다면 언제든 토트넘을 떠날 수도 있다.
   
2021-2022시즌 EPL 공동 득점왕(23골)이자 공식전 24골을 넣은 손흥민도 고민이 크다. EPL 통산 100호 골과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지만 전체 득점은 14골(리그 10골, UCL 3골, FA컵 2골)에 그쳤다.
   
손흥민은 아직 특별한 이적 이슈는 없다. 급선무는 골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손흥민은 일단 6월 한국에서 열릴 A매치 2연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페루, 20일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이다.
   
2023-2024시즌 EPL 여름 이적 시장은 영국 시간으로 6월 14일 시작된다. 마감은 9월 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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