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로 만난 배너는 수첩과 필기구를 준비하고 들어와, 취재진 질문을 놓칠세라 집중해 듣고 답했다. 말을 시작할 때 '태환이 답변하겠습니다' '곤이가 답하겠습니다' 등 본인 이름을 넣어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배너는 '피크타임'을 통해 평소 팬이었던 선배 가수를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만날 수 있었다. "제가 본명이 안영준인데 이기광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서 광자를 따서 '영광'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다"라는 영광은 제일 꿈꾸던 것 역시 "이기광 선배님께 저 자신을 알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혜성은 "어렸을 때부터 선배님들처럼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선배님들한테 픽 버튼을 받고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며 "그냥 기분이 정말 좋았다. 선배님들한테 가장 좋은 얘기를 듣게 되어서"라고 말했다.
롤모델이 송민호이며, 송민호의 생일인 3월 30일을 '빨간 날'이라고 하는 등 깊은 팬심을 드러낸 곤은 "'피크타임'을 통해 송민호 선배님이 저희 무대를 보고 눈물 흘리시는 걸 봤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 앞에서 감동을 드린 것 같아 너무너무 영광"이라고 밝혔다. 곤은 "원래 조용히 응원하고 있었는데 '피크타임'으로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너무너무 감사하다. 군대 파이팅이다,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는 신곡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를 꼽았다. 태환은 "처음으로 신곡 '스카이스크래퍼'라는 곡을 받았는데 가사를 볼 때 굉장히 많이 저희랑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저희 팀명이 승리의 깃발이라는 뜻인데, '저기 빌딩보다 난 더 높이 깃발을 꽂아'라는 가사가 있더라. 전체적인 스토리를 봤을 때 이 곡은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 주고 있구나 하고 많이 느꼈다"라며 "처음으로 방청객 있는 상황에서 무대를 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설명했다.
혜성은 '프라임 타임'(Prime Time)이라는 곡을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프라임 타임' 곡 가사를 보면 지금이 황금 시간이고 피크타임이라는 내용이다. '스카이스크래퍼' 하고 '프라임 타임' 할 때 뭔가 하나의 영화처럼 스토리라인과 장면이 이어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며 신기해했다.
곤은 "여러 팀이 많이 나왔고 팀마다 에너지가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팀은 조금 파워풀하다면, 어떤 팀은 조금 작지만 단단한 에너지가 있었다. 그런 다양한 팀의 에너지와 색깔을 보다 보니 저희 팀이 색깔이 무엇일까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됐다. 다른 팀이 가진 에너지와 느낌도 우리한테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며 "되게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라고 기억했다.
혹시 가장 위협적인 팀은 어디였을까. 곤은 "되게 잘한다고 느꼈던 팀은 팀 8시다. 퍼포먼스가 굉장히 뛰어나고 전체적으로 다 잘한다는 게 너무 좋더라. 마치 군대에 온 듯했다. 제가 군대에서 경험했던 그 단합력을 사실 K팝에서 볼 줄 몰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븐틴의 '아낀다'로 출발부터 눈길을 끈 배너는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미션에서 크리스토퍼의 '배드'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쳐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곤은 "이런 관심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무대에서 진심으로 연기하자는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영광은 "개인적으로 섹시(콘셉트)를 접하면서 저 자신이 발전할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혜성은 "팀 15시(BLK)의 이노라는 친구랑 같이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그 친구와 무대를 꾸미게 돼 정말 너무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태환은 "섹시라는 콘셉트를 사실 저희가 많이 해 보지는 못했다. '피크타임'을 통해서 섹시 콘셉트에 맞는 멋진 무대를 저희가 도전해 볼 수 있었다"라며 "저희가 계속해 왔던 청량 말고도 섹시 콘셉트에도 정말 잘 맞고 잘 소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구나 하는 걸 새롭게 또 느꼈다"라고 밝혔다.
반면 태환은 "한 번 더 섹시 콘셉트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개인적으로 있다"라고, 곤은 "역시나 섹시 콘셉트를 굉장히 좋아한다. 섹시 중독이다. 섹시 콘셉트와 좀 트렌디한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시안은 "뭐든지 시켜만 주신다면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피크타임'의 우승은 배너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업'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잃지 않았던 이유를 물었다. 혜성은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팬을 만난 일화를 꺼내며 "팬분이 '저 사실 오빠 팬이다. 근데 오빠는 무대 밑이나 무대 위나 빛나는 사람이니까 꼭 그거 안 잊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정말 생각이 많이 바뀌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이유 없이 오로지 저희 무대만을 보고, 저라는 사람을 정말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걸 느끼고 그분들을 위해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조금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한 배너는 특히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혜성은 '아낀다' 무대에 달린 유튜브 댓글을 소개했다. 그는 "'저도 코로나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힘듦을 알기 때문에 응원한다'라는 게 있었는데, 그런 공감 속에 저도 에너지를 받고 한편으로는 저도 (여러분께) 에너지를 드린 것 같아서 굉장히 위로를 받은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아시안은 "저희가 이전에 활동 많이 없었던 시절에 팬분들께서 해 준 말이 저는 기억에 가장 남는다. '아시안, 너는 멋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네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하는 말에 굉장히 힘을 받았고, 아직까지도 기억에 되게 강하게 남아있다"라고 답했다.
혜성은 "음악적인 것, 여러 가지 콘셉트 등을 회사랑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것이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으니 그 부분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피크타임'을 하면서 좀 부족했던 부분도 보완하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고, 회사에서도 많이 지원해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첼라'(태환) 'MAMA'(영광) '팬들과 더 자주 소통'(아시안)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아티스트'(곤) '디너쇼'(혜성) 등 배너가 새로 세운 목표는 다채로웠다. 혜성은 "개인적으로는 그냥 변함없이 음악 하고 싶다. 팬분들이 주신 사랑이 정말 컸다. 평생 잊지 못할 선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오랜 시간 팬분들과 함께하고 싶다. 좀 길게 보고 싶어서 팬분들과 '디너쇼'를 함께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이자 희망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