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축구계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논란 짚어보겠습니다.
◆ 신혜림>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해 있잖아요. 얘기할 만한 함의가 있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 채선아> 인종차별이 발생한 곳부터 소개를 해드리면 스페인 라리가, 그러니까 이강인 선수가 뛰는 리그잖아요.
◆ 신혜림> 라리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인 EPL과 더불어 인기가 높은 최상위권의 축구 리그죠. 호날두, 메시 같은 선수들이 뛰는 레알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 같은 명문 구단들이 있는데, 인종차별을 받은 당사자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라는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 공격수, 브라질 출신이고요. 2000년생, 어린 선수죠. 메시급, 호날두급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평이고 측면 공격수 몸값이 전 세계 1위예요.
◆ 조석영> 그런데 인종차별을 당했어요?
◆ 신혜림> 이미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인 비니시우스가 정작 리그 안에서 끔찍한 인종차별을 계속 당해 왔다는 소식인데, 이 사건 때문에 지난 G7 정상회의에서 긴급기자회견이 열렸을 정도입니다.
◇ 채선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신혜림> 지난 22일에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경기가 열렸는데, 이 경기에서 그동안 누적됐던 상황이 폭발했습니다. 혹시 축구하는데 경기장에서 공이 2개가 굴러가는 경우 본 적 있으세요?
◆ 조석영>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나 벌어질 일이죠.
◆ 신혜림> 지금 화면으로 보여드리고 있는데, 공이 하나에서 두 개가 됐어요. 후반 23분쯤 갑자기 관중석에서 공이 들어옵니다. 경기를 방해할 목적이었겠죠. 그런데 상대팀 수비수가 비니시우스를 향해 그 공을 차서 날립니다. 그래서 비니시우스 앞에 공이 두 개가 됐고, 넘어집니다. 황당한 상황이죠. 축구장에서 당구를 친 거예요. 이 수비수는 경고를 받았는데, 관중들이 쓰레기를 던지고, 라이터 날아오고, 그다음에 한 목소리로 외친 게 '모노(mono), 모노(mono)' 이렇게 외쳐요. 이게 스페인 말로 '원숭이'예요.
◆ 조석영> 이건 인종 차별이죠.
◇ 채선아> 관중들이 다 같이 이렇게 한 거예요?
◆ 신혜림> 결국 이런 상황에서 비니시우스가 관중들이랑 직접 대치하기까지 했는데요. 경기 시작 전부터 길거리에서 '비니시우스는 원숭이다, 멍청한 검둥이다' 이런 구호가 계속 나왔다고 하구요.
◇ 채선아> 심판은 중재 안 하고 뭐 했던 거예요?
◆ 신혜림> 딱히 중재를 하지 않았고, 경기 막판에 몸싸움이 있었는데 비니시우스가 상대팀 발렌시아 선수를 가격했어요. 주심이 영상판정(VAR)을 한 다음에 비니시우스를 퇴장시키는데, 이것도 석연치 않아요. 비니시우스가 상대 선수한테 목을 졸렸는데 영상판정(VAR) 심판이 그 장면은 생략하고 비니시우스가 때린 장면만 주심한테 보여준 거예요.
◇ 채선아> 관중, 심판, 상대팀 선수, 다 한 패였네요.
◆ 신혜림> 그래서 나중에는 비니시우스가 눈물을 흘리는 듯한 화면이 장면으로 잡히기도 했어요.
◇ 채선아> 그래서 비니시우스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 신혜림> 이 경기가 끝나고 SNS로 입장을 밝혔어요. "첫 번째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는 인종 차별이 일상이다. 상대팀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리그는 오히려 그걸 장려하는 것 같다. 나는 매주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대해 방어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끝까지 맞설 것이다." 이 인종차별이 계속된 문제인데, 지난 1월에는 다른 구단 팬이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힌 인형을 만들어서 고속도로 다리에 매달았어요.
◇ 채선아> 이 사진을 보면 실물 크기의 인형이에요. 마치 비니시우스가 다리에 매달린 것처럼 보이게 해놓은 거죠.
◆ 신혜림>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경기장 전체가 원숭이를 외치고 있었다. 나는 경기장에 모든 사람이 인종차별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선수가 경기에서 잘하지 못하면 빼는 게 맞는데 나는 지금 인종차별 때문에 선수를 빼야 하느냐.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건 비니시우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밝혔어요.
◆ 조석영> 손흥민 선수 경기 중에도 인종차별적 행동을 하는 관중이 있었는데 돌출 행동이었잖아요. 관중들이 다 같이 이랬다는 게 정말 놀랍네요.
◆ 신혜림> 그래서 네이마르, 음바페처럼 최정상급 선수들이 비니시우스의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지지를 선언했고, 브라질에서는 스페인 영사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대사를 만나기도 했어요.
◆ 조석영> 비니시우스가 브라질 선수니까.
◆ 신혜림> 그러다 급기야 G7 회의까지 가게 된 거죠.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참석 중이었는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가난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이 되어가고 있는 소년이 뛰고 있는 모든 경기장에서 학대를 당하는 건 불공정하다. 우리는 파시즘을 허용할 수 없다."
◆ 조석영> 이 정도로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면 라리가 차원에서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신혜림> 가장 황당했던 게 라리가 회장의 발언이에요. SNS에 비니시우스를 향해서 이런 내용을 올렸습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라리가가 어떤 단체고 인종차별에 대항해서 뭘 할 수 있는지 설명하려고 했는데, 당신이 약속된 날짜에 두 차례나 안 나타났다. 리그를 비판하고 모욕하기 전에 알 건 알아야 된다."
◆ 조석영> '우리는 인종차별 방지 노력을 해서 너한테 그 노력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네가 안 왔잖아'라는 뜻이네요.
◆ 신혜림> 게다가 '우리는 할 거 하고 있다' 이런 거죠.
◆ 조석영> 노력을 했으면 이 일이 벌어졌을까요?
◆ 신혜림> 스포츠 기사를 챙겨보시는 분이라면 EPL에서 손흥민 선수가 인종차별 당한다는 소식도 보셨을 텐데, EPL 같은 경우에는 리그 차원에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어요.
◇ 채선아> 인종차별 문제를 일으킨 관객의 입장을 금지시킨다든가.
◆ 신혜림> 실제 작년 8월에 손흥민 선수에게 첼시 팬이 손가락으로 양쪽 눈을 찢는, 대표적인 혐오 행위를 한 적이 있는데 올해 2월에 런던 법원에서 180만원 벌금을 선고하고, '3년 동안 축구장에 가지 마라' 이런 판결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 전에 이미 상대팀이었던 첼시가 그 사람을 찾아내서 평생 경기장 입장을 금지했거든요.
◆ 조석영>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한 거네요.
◆ 신혜림> 그런데 발렌시아는 대변인이 뭐라고 했냐면 "우리의 모든 팬이 차별주의자가 아니다. 그렇게 몰아가지 마라"
◇ 채선아> 아까 온 관중들이 '원숭이(mono)'를 노래했는데도?
◆ 신혜림> 그리고 "비니시우스도 우리 팬한테 도발했다" 이렇게 말했죠.
◆ 조석영> 구단이 사실상 갈등을 조장하는 거죠.
◇ 채선아> 그래서 브라질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중에 기자회견까지 한 건데,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됐나요?
◆ 신혜림> 이런 식으로 '스페인은 인종차별 국가'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니까 그때서야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경찰이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mono)'라고 외친 축구 팬 3명을 인종차별 발언 혐의로 3명 체포하고, 다리에 비니시우스 모형을 달아놓은 사람들도 4명 체포했습니다.
◆ 조석영> 경찰이 이걸 범죄로 보고 체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네요.
◆ 신혜림> 그리고 발렌시안 구단에도 축구연맹이 벌금을 매기거나 관중석 일부를 폐쇄하거나 그리고 아까 그 영상판정 심판도 해임됐어요.
◇ 채선아> 악마의 편집을 했던 그 심판
◆ 신혜림> 네. 비니시우스의 퇴장도 무효가 됐고요.
◆ 조석영> 조치를 하긴 했네요. 늦었지만.
◆ 신혜림>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세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 번째, 라리가는 EPL한테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라리가가 EPL에게 계속 뒤처지고 있어요. 매년 나오는 딜로이트 자료를 보면, 수입이 높은 클럽팀 30개 중에 절반 이상, 16개 클럽이 EPL 소속이에요. 라리가는 다섯 팀밖에 안 되는데, 왜 EPL이 돈을 많이 벌고 있냐면 해외 중계권 때문이거든요.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으니까 우리도 중계권을 사서 유료로 경기를 보잖아요. 그런 스타 선수가 많으니까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고, 돈도 많이 벌고, 특히 아시아, 중남미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건데, 그러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대응도 잘해야겠죠. 그리고 두 번째,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데, 다른 선수 혹은 유럽에 사는 일반인들을 얼마나 인종차별에 노출돼있을까.
◆ 조석영> 아까 비니시우스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했잖아요. 얼마나 숨 쉬듯이 인종차별이 벌어질까.
◇ 채선아> 그리고 이강인 선수도 지금 라리가에 뛰고 있잖아요.
◆ 신혜림> 이강인 선수, 이번 달에 어떤 훈련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이런 말이 있어요. 감독발로 추정되는데 "Que haves, Chino!(치노야 뭐해)"
◆ 조석영> '치노(Chino)'가 뭐죠?
◆ 신혜림> 중국인이라는 뜻이에요. 이강인 선수의 국적을 알고 있는데도, 중국인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만큼 스페인에서는 일상이라는 거죠. 혐오 발언이라는 걸 알아도 그렇게 말하는 거고, 또 이강인 선수의 대응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방식이었어요.
◇ 채선아> 인종차별이 너무 일상화되어 있다는 뜻이네요.
◆ 신혜림> 라리가에는 이강인 선수만 있는 게 아니라 양재우 선수라고 5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는 지난 2월에 주심으로부터 '스페인 말도 할 줄 모르는 중국인 XX'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참 심각한 상황인데, 세 번째 포인트는 어떤 건가요?
◆ 신혜림> '인종차별로 처벌이 되는구나' 영국 같은 경우는 리그와 축구협회가 인종차별적 학대 사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처벌이 가능해요. 그런데 라리가는 권한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법적으로는 잘 돼 있어요. 차별 혐의로 체포가 가능한데 지금까지 잘 안 해왔을 뿐이죠. 특히 영국은 인종차별이 가중 처벌 요소예요. 이게 UN이 권장하는 바고, 결국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있어서 가능한 거죠. 그 부분이 신기하기도 하고, UN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우리나라도 수차례 계속 받고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갈 길이 멀겠구나'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 채선아>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이슈였는데 오늘 잘 짚어주셨습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고맙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