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입주 다시 쏟아지는 수도권…역전세 '빨간불'

연합뉴스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가구가 다음달 집들이에 나선다.

최근 다소 진정됐지만 전세시장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증금이 최고 수준이었던 2021년 하반기 계약들이 만료되는 하반기를 앞두고 대규모 물량이 다시 쏟아지는 상황이어서 신규 입주 집중 지역을 중심으로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주물량 폭탄지역=전세값 약세…신규 입주 집중 지역, 전셋값 빨간불

2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6월 계획된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2870가구로 집계됐다. 2021년 11월(4만7404가구)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입주물량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체 입주물량 중 수도권이 2만4872가구로 전체 물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인천(1만2330가구)에 입주가 집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전셋값 급락이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기준금리 급등과 집값 고점인식 등의 영향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추가공급 개념인 신규입주 물량이 전셋값 하락을 다시 부추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입주물량이 쏟아진 지역들은 전세값은 하락세가 다른 지역들보다 더 거셌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동작, 은평, 중구 등은 올해 1분기 이 회사가 추산한 정상 수요보다 입주가 최고 10배 가까이 많았다. 올해 1~3월 이 업체가 추산한 강남의 수요는 674가구인데 해당 기간 입주물량은 4645가구였고, 동작의 수요는 488가구였지만 입주는 1772가구가 이뤄졌다. 은평은 수요가 599가구에 불과했지만 입주는 2401가구가 이뤄졌고, 중구는 수요(155가구)의 10배 수준인 1636가구가 입주에 나섰다.

수요를 크게 상회하는 공급의 영향으로 가격 낙폭은 다른 지역보다 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 아파트 전셋값은 -1.04%~-0.22% 변동률을 보였는데 이 기간동안 강남 아파트 전세값 낙폭은 -1.46%~-0.54%를 기록하며 인근 지역 낙폭을 상회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캐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면적 84㎡(8층) 전세 계약은 이달초 종전계약보다 보증금을 5억원 낮춘 10억원에 갱신됐고,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84㎡(15층) 전세 계약도 이달초 종전계약보다 4억원 낮은 11억5천만원에 갱신계약됐다.

강남 외에 서울 동작과 은평, 인천 미추홀과 서구, 경기 양주와 파주 등 입주물량이 집중됐던 지역들도 수도권 다른 지역들보다 전셋값 낙폭이 컸다.

"전셋값 급락했는데 공급 더 늘면 보증금은"…집주인 한숨·세입자도 걱정

박종민 기자

다음달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수도권에도 전셋값 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입주물량이 확산되고 있는 '역전세' 우려를 심화시킬지 않을 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역전세는 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자기자본이 없을 경우 기존 세입자에게 계약만기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5월 들어 체결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 갱신계약 중 종전계약도 '전세'로 추정되는 4004건 가운데 1713건(42.8%)이 보증금을 낮춘 감액갱신으로 집계됐다. 평균 갱신보증금(4억 4755만원)은 종전(5억 4166만원)에 비해 9411만원 낮아졌다. 감액갱신은 보증금을 1억원 이하로 낮춘 계약비중이 69.4%(1만 6275건 중 1만 1301건)로 상당수를 차지했지만,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 하남 등 일부 지역의 대형면적은 3억원 넘게 보증금을 낮춘 거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은 전세계약 만기에 따른 임대물량과 신규 입주에 따른 임대물량이 맞물려 전셋가격이 하락하고 기존 전세계약의 경우 보증금이 제때 지급되지 못할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인천은 최근 몇 년간 입주 물량이 집중되면서 집값 약세를 이어오다가 최근 상승 반전했는데 다시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을 시작으로 시장이 다시 약세장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나온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세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단기간 입주 물량이 집중될 경우 해당 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 전세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인천의 경우 최근 적체됐던 물량이 소화되고 있긴 하지만 적지 않은 입주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에 향후 이어질 입주물량에 따라 전세시장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천 외에도 입주물량이 이어지는 지역 중 특히 2년 전 전세값이 급등했던 지역은 역전세도 가중될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의 경우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가격도 상승 전환하는 등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여서 입주물량에 따른 영향은 다른 지역들과는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각각 0.03%, 0.01% 오르며 상승전환했다. 일부지역은 여전히 매도‧매수 희망가격 격차로 관망세가 이어지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회복 기대심리로 주요지역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된 후 추가 상승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1분기 서울에서 입주 물량이 집중된 강남과 동작은 인접 지역은 아니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로 가까운 지역이어서 입주 물량이 해당 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줬다"면서도 "최근 서울 시장 흐름과 향후 서울 내 신규입 주가 예정된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면 서울 시장에서 입주 물량이 인접 지역 전세시장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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