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탁구 신구 에이스 신유빈(19·대한항공)과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가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확보했다.
둘은 25일(이하 현지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개인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8강전에서 소피아 폴카노바(오스트리아)-베르나데트 쇠츠(루마니아)를 제압했다. 여자 복식 세계 랭킹 8위인 신유빈-전지희는 세계 3위 조를 3 대 0(11-9 15-13 11-4)으로 완파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4강전에서 지더라도 공동 3위로 동메달을 받는다. 한국 탁구가 개인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단식 혹은 복식에서 따낸 메달은 2011년 김경아-박미영의 복식 동메달이 마지막이었다.
혼합 복식에서는 2013년 박영숙(은퇴)이 이상수(삼성생명)와 함께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2015년에는 양하은(포스토인터내셔널)이 쉬신(중국)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여자 단식과 복식에서는 신유빈-전지희가 12년 만에 낭보를 전해온 셈이다.
폴카노바-쇠츠는 2019년 결성돼 지난해 유럽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찰떡 호흡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신유빈-전지희에게는 이날까지 4전 전패로 절대 열세를 면치 못했다.
신유빈-전지희는 1세트를 무난하게 따냈지만 2세트 한때 4 대 8까지 밀렸다. 그러나 끈질긴 수비로 상대 실책을 유도하며 차곡차곡 따라붙었고, 10 대 10 동점을 만든 뒤 듀스 접전에서 이겼다. 여세를 몰아 신유빈-전지희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된 상대를 3세트 여유 있게 제압했다.
둘 모두 세계선수권 개인전 첫 메달이다. 전지희는 중국에서 귀화한 뒤 ITTF 규정에 따라 2018년에야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설 수 있었는데 그해 단체전에서만 동메달을 따냈다. 개인전에서는 단, 복식 모두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신유빈은 2년 전 미국 휴스턴 대회에 출전했지만 손목 부상 여파로 단식 64강전에서 탈락했다. 이후 대회를 기권하면서 복식에서도 메달이 무산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나 개인 단식 16강 진출은 물론 여자 복식 4강까지 진출했다.
전지희는 8강전 승리 뒤 "(신)유빈이가 클 때까지 기다리길 잘한 것 같다"면서 "잘 큰 유빈이 덕에 이 자리에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유빈아 고마워!"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신유빈도 "부상도 있고 여러모로 쉽지 않았는데, 지희 언니가 있으니까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면서 "오늘 2게임에서 많이 뒤지다가 이겼는데, 이런 경기를 지희 언니와 함께 이겨내서 좋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