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명1' 1967(2001 재제작), 패널에 방독면, 배낭, 140×70×14㎝ 작가 소장 ©이태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을 오는 26일부터 7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시작된 두 기관의 국제적 협력과 공동 연구가 실현된 결과물이다. 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의 대표작 95점과 자료 30여 점을 선보인다.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근대화·산업화의 국가 재건 시대, 청년 작가 중심의 실험미술 역사를 조망한다. 이들은 보수화된 기성세대의 형식주의에 반발하며 기존의 회화·조각 영역을 벗어나 오브제와 입체미술, 해프닝, 이벤트, 영화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 역동적인 사회 현상을 반영했다.
전시는 6개의 소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은 1960년대 후반 시작된 전위적 실험미술의 양상을 소개한다. '오리진' '무동인' '신전동인' 등 신진 예술인 그룹의 활동과 '청년작가연립전'(1967)을 통해 국전(國展)과 기성 미술계를 비판하고 '반(反)미술'과 '탈매체'를 최초로 주창한 청년 작가의 주요 작품과 해프닝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한강변의 타살="">, 1968, 1968년 10월 17일 제2한강교(현재의 양화대교) 아래 강변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기록. 황양자 제공한강변의> 네온 조명,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새로운 시대감성을 표현한 강국진의 '시각 Ⅰ,Ⅱ'(1968),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강조한 정강자의 '키스미'(1967), 6.8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억압하는 군사정권을 비판한 이태현의 '명1'(1967), 1968년 국전 심사 비리가 터진 해, 제도권 문화와 기성미술계를 비판하기 위해 강국진과 정강자, 정찬승이 제2한강교(현 양화대교) 밑에서 행한 해프닝 '한강변의 타살'(1968) 등을 볼 수 있다.
김구림, 1_24초의 의미, 1969, 16㎜ 필름, 컬러, 무음, 9분 14초, ed. 2_8,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뉴욕 소장 © 김구림, 사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제공 두 번째 섹션 '도심 속, 1/24초의 의미'는 급격한 도시화 가운데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함께 시행한 실험적 시도를 조명한다. 김구림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1969·9분 14초)는 1960년대 대한민국 수도를 담은 시각적 몽타주다. 분주한 교차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거리에서 자고 있는 사람, 폐허가 된 낡은 문 등 서울의 양면을 24개의 프레임을 연결해 보여준다. 김구림이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을 감쌌던 '현상에서 흔적으로'(1969)를 재해석해 새로 제작한 드로잉 '구겐하임을 위한 현상에서 흔적으로'(2021)는 최초 공개된다.
세 번째 섹션 '전위의 깃발 아래-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는 1970년대초 실험미술 그룹과 개인의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 당시 한국아방가르드협회 청년작가들은 이론지 'AG'를 발간하고 반(反)미학의 일상성과 탈(脫)매체적 다양성을 추구하며 작품세계를 확장했다.
하종현의 '작품 73-13'(1973)은 폼이 덧대진 합판에 마포를 덮어 씌운 후 그 위에 그리드 형태로 철조망을 배치했다. 철조망은 미군 주둔지, 유신헌법을 통과시키며 1972년 출범한 박정희 독재 정권 등을 떠올리게 한다. 송번수는 'AG전 포스터'(1971)를 통해 오염, 질병, 사회적 억압 등 다양한 잠재적 위험을 가진 1970년대 한국이 공습경보 상태와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이승택, 무제(새싹), 1963(2018 재제작), 옹기에 채색, 146×68×68㎝, 102.5× 42.5×42.5㎝, 179×68.5×68.5㎝, 192× 68.5×68.5㎝, 118×47×47㎝ 네 번째 섹션 '거꾸로 전통'은 한국의 전위미술과 전통의 특수한 관계를 다룬다. 통상적으로 전위미술이 전통의 부정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통예술의 재발견을 통해 거꾸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이승택의 '무제(새싹)'(1963/2018)와 '무제(낫)'(1969) 등을 선보인다. 1961년 시작한 '옹기' 연작 중 하나인 '무제(새싹)'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되며 전시장의 물리적, 개념적, 상업적 굴레에서 해방됐다.
이건용 손의 논리, 1975(2019 인화), C-프린트, 85×85cm(4), ed. 1_12, 리움미술관 소장 © 이건용, 사진 작가 제공 다섯 번째 섹션 '나와 논리의 세계: ST'는 전위미술단체 'ST(Space&Time)' 학회(1971~1981)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이건용의 '신체항'(2023) '손의 논리'(1975) '신체 드로잉 76-1 78-1'(1978)과 성능경의 '신문 1974.6.1. 이후'(1974) '거울'(1975) '사과'(1976) 등을 전시한다.
여섯 번째 섹션 '청년과 지구;촌 비엔날레'는 당시 청년작가에게 돌파구가 됐던 해외 비엔날레와 AG의 '서울비엔날레'(1974) '대구현대미술제'(1974~1979)를 상호 교차해 한국 실험미술의 국제적 면모를 보여준다. 심문섭의 '현전'(1974~1975) 박현기의 '무제(TV돌탑)'(1982) 이강소의 '무제 75031'(1975)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9월 1일부터 2024년 1월 7일까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2024년 2월 11일부터 5월 12일까지 LA 해머미술관에서 순차적으로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