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은 조사 범위 밖"

2기 진실화해위 2주년 기자간담회
과거사 2만92건 접수…35% 종결
1년 뒤 57% 처리 전망…기간 연장 추진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윤창원 기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조사하는 건 진실화해위의 조사 범위 밖 사안이고, 조사 실효성도 없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외국에서 발생한 전쟁 중 사건은 원칙적이고 일반적으로 국가와 국가 간 외교적 협정으로 처리할 사안"이라며 "특정 개인이 상대국 정부를 대상으로 조사,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게 가능한가. 또다시 외교 통로를 통해 조사돼야 하는데 가능하냐, 실효성이 있느냐는 문제가 논의됐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사건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 규정한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기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지 않아 조사 범위를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외국에서 외국인에게 전쟁 시기에 있었던 사건은 진실화해위 조사 범위 밖에 있다고 판단했다"며 "피해가 있다면 우리(진실화해위)법이 아닌 법원에 의한 소송이나 다른 외교적 경로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전날 제55차 위원회에서 '하미 학살' 사건에 대한 조사 여부를 표결에 부쳐 4대 3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미 학살' 사건은 지난 1968년 2월 24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마을에서 전투 중이던 국군이 민간인에 총격을 가한 사건을 말한다. 이에 응우예티탄(66) 등 하미마을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이 지난해 4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

진실화해위의 조사 각하 결정에 대해 피해자 측 소송대리인은 행정소송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한편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9일 진실규명 신청을 마감한 이래 과거사 사건으로 총 2만 92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 외 각종 확정판결에 따른 재심 요청 사건, 3·15 의거, 항일독립운동 사건 등이 다수"라며 "한국전쟁 중 기독교 등 종교인 희생과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등 5건에 대해 직권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건별로 보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이 49.6%(99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19.3%(3885건) △인권침해사건 12.1%(2435건) 등 순이었다.

이 중 1만2403건의 조사를 개시해 진실규명을 결정한 1643건을 포함해 전체 신청 사건의 약 35%인 6975건을 종결 처리했다.

진실규명이 된 사건은 △인권침해·조작 의혹(492건) △적대세력 관련(465건) △민간인 집단희생(332건) 순으로 많았다.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의 희생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기록을 남겼으나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당시 '빨갱이', '좌익'이라는 명칭이 붙다 보니 (피해) 사실을 감추거나 밝히지 않으려고 해 기록이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주요 성과로 군사정권 시절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 규명을 꼽았다.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결정 뒤 다시 법원 소송으로 가는 불편함이 없도록 보상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보상을 결정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그간 접수한 진실규명 사건의 처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1년 가량 남은 조사 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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