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혐오' 우여곡절 끝에…제주 정방폭포 4·3위령공간 조성

제주도, 오는 29일 정방폭포 4·3희생자 위령공간 제막식 개최

정방폭포 4·3희생자 위령공간. 오순명 유족회장 제공

70여 년 전 제주4·3 당시 수백 명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서귀포시 동홍동 정방폭포. 희생자 유족의 숙원 사업인 위령공간 조성 공사가 주민 반발로 중단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제주도는 오는 29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동홍동 서복전시관 내 불로초공원에 조성된 정방폭포 4·3희생자 위령공간에서 제막식을 연다고 밝혔다. 공사가 시작된 지 1년 5개월여 만이다.
 
이날 제막식에는 사업 경과보고와 오순명 정방폭포 4·3유족회장의 추도사, 김용길 시인의 추모시 낭송, 헌화와 분향 등이 진행된다. 제막식에 앞서 4·3희생자를 위한 위령제도 이뤄진다.
 
위령공간에는 정방폭포를 형상화한 위령조형물과 연결로가 설치됐다. 특히 조형물에는 '어두웠던 과거의 문을 열어 진실과 화해의 빛을 맞이해 4·3희생자 넋을 기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서귀포시 최대 학살 터이지만, 그동안 위령공간조차 없어 유가족의 숙원사업이었다.
 
공사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제주도는 2021년 12월부터 2억여 원을 들여 서귀포시 자구리공원 25㎡ 부지에 위령공간을 조성하려 했지만 주민들이 반발했다.
 
위령공간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고상현 기자

당시 공사 부지 주변으로 '4·3위령비 설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 7개가 내걸렸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추모 공간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지고 관광객이 안 온다"며 극렬히 반대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제주도는 자구리공원에서 200m 떨어진 서복전시관 주차장 화장실 옆 공터에 위령공간을 조성하려 했으나, 화장실 냄새 때문에 이마저도 무산됐다.
 
고심 끝에 제주도가 새로이 선정한 부지는 서복전시관 주차장 옆 불로초공원 내 공터다. 이곳은 2003년 중국과의 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서복전시관 내 공원이다.
 
어려움 끝에 정방폭포 4·3희생자 위령공간이 마련되자 유족들은 기뻐하고 있다.
 
오순명 정방폭포 4·3유족회장은 "공사 과정에서 주민 반발 등의 이유로 장소를 여러 번 옮겼다. 이 때문에 공사가 늦어지면서 섭섭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지금 장소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장소가 너무 아늑하고 마음이 편안하다. 다른 유족들도 다 그런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정방폭포는 4·3 당시 양민 248명이 단기간에 학살당한 서귀포시 최대 학살 터다. 유족에게 폭포의 아름다운 물줄기는 '트라우마의 상징'이다.
 
당시 인근에 서귀포경찰서와 서북청년단 사무실이 있어 피해가 컸다. 대체로 서귀포시 중문면, 남원면, 안덕면, 대정면 주민들이 정방폭포에서 총칼 또는 죽창에 찔려 억울하게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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