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빅히트가 점찍은 현대무용단 "다양성의 힘"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카트린 할,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 발레리아 쿠즈미카(좌로부터)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현대무용의 최전선에 있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처음 내한한다. 안무가 다미안 잘레의 '카이트'(Kites)와 샤론 에얄의 '사바'(SAABA)를 오는 26~27일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 무대에 올린다.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는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하우스에 소속된 무용단이다. 고전발레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클래식 발레단으로 출발했지만 2010년대부터 대담하고 창의적인 레퍼토리를 개발하며 유렵에서 가장 혁신적인 현대무용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0년간 지리 킬리안, 윌리엄 포사이드, 요안 부르주아, 오하드 나하린, 호페쉬 쉑터 등 세계적인 안무가의 신작을 초연했다.

2016년부터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아이슬란드 출신 카트린 할 예술감독은 24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세계 유수 안무가와 협업하는 것은 물론 무용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무용의) 경계를 확장하고 사회적으로 시의성 있고 예측 불가한 예술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미안 잘레의 '카이트'는 지난해 3월 예테보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한 신작이다. 잘레와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객석으로 34도 기울어진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이 중력에 저항하는 '스키드'(SKID·2017)의 성공 이후 5년 만에 협업했다. 무용수들이 2개의 경사로 위를 끊임없이 오가며 역동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선사한다.

2021년 초연한 '사바'는 샤론 에얄과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협업한 세 번째 작품이다. 할 예술감독은 "안무가와 무용수가 서로 잘 알게 되고 스타일을 공유하면서 예술적인 결과물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취약성'이다. 할 예술감독은 "인생이 갖고 있는 위태로운 측면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사바'는 강렬한 신체성을 통해 취약성을 드러낸다. 무용수들이 동작의 어휘를 익히고 무대에 선보이면서 영혼을 노출시키고 이로 인해 취약성이 야기된다"고 말했다.

"서사가 아닌 감정과 느낌을 중심에 둔 작품"이기도 하다. 하와이 출신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는 "뭔가를 이해하거나 얻어가려고 하기보다는 예전에 경험했던 것을 소환하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공연이다. 관객은 반추의 경험을 통해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진다"고 말했다.

카트린 할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는 20개국, 38명의 무용수로 구성된 다국적 무용단이다. 내년에는 한국인 무용수 김다영이 입단한다. 할 예술감독은 "무용단 내에서 문화적인 갈등을 겪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결국 우리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춤이기 때문"이라며 "문화적 배경이 다른 무용수들이 집단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덕분에 무용단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크게 기여한다"고 했다.

K팝 등 타 장르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할 예술감독은 "한국의 유명한 K팝 기획사 '빅히트 뮤직'으로부터 뮤직비디오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적 있다. 팬데믹 영향으로 흐지부지됐지만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K팝 댄스와 현대무용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11살 때 하외이 호놀룰루에서 K팝 오디션을 봤다는 히로키는 "안무가 호페쉬 쉑터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현대무용 동작을 만든 적 있는데 K팝 아이돌의 미학이 느껴졌다. 그때 동작을 만들면서 못다 이룬 K팝 가수의 한을 풀었다"며 "저희 무용단은 현대무용과 대중문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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