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수많은 학자들이 '역사란 무엇인가'를 설파하는 데 집중한 반면 장 셰노는 이 논쟁에서 조금 비켜서 '역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소르본느 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하고 파리 7대학 역사학 교수를 지내며 '쑨원' '중국노동운동사' '베트남' '중국농민운동사' 등을 집필하며 주목을 받은 장 셰노가 무려 50년 전인 1970년대 처음 출간한 이 책은 여전히 오늘의 문제의식을 매우 현실적으로 담고 있다.
학문 연구와 현실 정치에 대한 견해를 분리해왔던 전통적 사고를 부정하고 관념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있어 지금의 역사적 현상과 흐름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적 사고는 시간의 흐름과 반대로 '회귀적으로 작용'하고 역사는 미래로의 문을 활짝 여는 데 있다고 말하며, 역사적 지식의 목적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실제적 행동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쓴 목적도 다양한 저항 세력들의 투쟁을 격려하고 억압적 지배 체제가 만들어 놓은 역사적 지식을 거부하는 데 있었다. 역사를 모르면 현실 세계를 깊게 성찰할 수 없다고 본 저자는 역사를 학자만의 것에 놓기를 거부하며 민중이 '역사를 창조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치 권력을 매개로 역사를 왜곡하는 데 서슴지 않는 이들에 맞서 민중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실천적 행동을 촉구한다.
이 책은 국정 역사 교과서 저지의 선봉장에 서기도 했던 역사학자 주진오 상명대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장 셰노 지음ㅣ주진오 옮김ㅣ포북ㅣ320쪽
활동가들
가난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파업에 국가폭력으로 대응하며, 혐오 세력이 퀴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에 '사회운동은 망했다'는 비관론을 깨려는 '활동가들'이 책을 펴냈다.
책 '활동가들'은 현장의 위기에 맞서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11명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이제 막 활동가라는 직업을 알고, 활동가의 일과 일상이 궁금한 신입 활동가 3명이 노동조합, 여성단체, 반빈곤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일하는 젊은 활동가들을 만나 직접 질문하고 답을 들었다.
'강철 같은' 활동가 이미지와 달리 노는 게 진짜 좋고 반려묘와 함게하며 육아를 고민하는 여느 사회인과 다름 없는 '직업 활동가'의 일상도 담겨 있다.
"예전에 여수산단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신 분이 있어요. 사람이 가까이 가면 기계를 멈추게 하는 안전장치가 있는데, 안전장치가 작업 속도를 늦춘다고 안전장치를 꺼놓고 작업하다가 사람이 로봇 팔에 맞아서 죽었어요. 그런데 그 사업장에서 똑같은 작업에 사람을 구하면서 구인 공고에 "쉬운 일"이라고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김예찬(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상담받는 분이 생각하는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인데, 상담하다 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노동시간 위반, 임금체불까지 다 있죠. (중략) 이제 '직장 괴롭힘이냐, 아니냐'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가 되죠." -신지영(직장갑질119)
오늘의 활동가들은 과거에 천착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댄스팀 멤버로 활동하고 자전거 여행을 즐기며 도시공간과 따릉이에 대해 고민한다. 정치적으로 프레임화 되고 낙인효과에 갇힌 사회활동가들의 틀 깨기에 대한 새로운 시도 역시 이들의 실천 활동이다.
일이 많고 바쁘고 돈과 명예도 따르지 않아 때론 휘청거리도 하지만 "스스로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건강 챙겨라, 코어 근육을 키워야 한다"며 자신을 다듬질 하는 오늘의 '신형 활동가'들의 이야기다.
플랫폼씨 기획ㅣ보리·현빈·현창 엮음ㅣ빨간소금ㅣ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