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가 친일 논란이 제기된 김은호 화백의 춘향영정을 철거하고 고증을 통해 새 '춘향영정'을 제작한 가운데, 일각에서 박정희 정부 당시 철거된 '춘향영정'을 다시 봉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남원문화원에 따르면 남원 춘향제가 열리는 25일 새 춘향영정이 남원시 광한루원 열녀춘향사에 봉안된다. 새로 봉안될 춘향영정은 판소리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와 경판본 '춘향전'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5월 단오일을 맞아 한껏 몸단장을 한 채 그네를 뛰기 위해 나오는 춘향의 모습으로, 17세 전후 나이의 18세기 여인상이다.
영정을 그린 금릉 김현철 작가는 "새로 제작된 춘향영정은 세로 173cm 가로 94cm 크기로 진주에서 생산된 비단을 사용하고 물감은 자연에서 채취 생산된 염료와 함께 석채(돌가루)를 주 안료로 사용했다"며 "배채와 전채 과정의 전통채색화법에 의거 영정을 제작 완성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춘향가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8세기의 출토 유물을 근거로 당시 복식을 재현 제작해 이를 참고했으며 춘향영정을 그리기에 앞서 남원소재 여자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여학생 7명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등 남원사람의 선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혔다.
앞서 남원시는 춘향사당에 봉안했던 춘향영정이 친일 작가 김은호 화백의 작품으로 밝혀지면서 2020년 10월 철거했다. 1961년 김은호 화백이 그린 영정은 5.16 군사혁명 정부의 송요찬 내각수반이 기증했는데, 김 화백은 2002년 발표된 친일파 708인 명단에 미술분야에 포함 됐으며,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705인(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명단에도 포함됐다.
이로 인해 친일 논란은 사그라들었지만 새로운 영정 제작이 아닌, 박정희 정부 시절 철거된 뒤 수장고에 보관 중인 춘향영정을 다시 봉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는 "1920년대 후반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강신호, 임경수 화백이 진주에서 제작한 춘향영정이 1931년 제1회 춘향제 때 봉안됐다"면서 "1939년 일제강점기 영정이 철거된 뒤 전쟁 이후 다시 자리를 찾다 1962년 박정희 정부 당시 다시 철거됐다 지금은 남원 향토박물관 수장고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춘향이를 새로 예쁘게 그린다는 것은 예쁜 춘향이, 꽃노리개 춘향이, 억지 춘향이를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수장고의 냉동 처리된 춘향영정을 살려내고 춘향사당에 정중히 봉안해야 한다. 25일 새로운 영정 봉안을 결사 반대하기 위해 현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남원시 관계자는 "춘향의 모습이나 복식 등이 소설의 배경인 19세기 말 조선시대가 반영되지 않아 춘향 대표 영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시민과 소통하고, 용역도 두 차례 맡기면서 새로운 영정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