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봄이 다시 칮아왔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야구는 관중 몰이에 고전했지만 올해 흥행을 이루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21일까지 집계한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관중 현황에 따르면 196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총 215만 2832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19년에는 198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216만 5082명이 몰렸으니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인기를 되찾은 셈이다.
경기 평균 관중만 따지면 올해 1만 984명으로 2019년의 1만 935명보다 근소하게 많다. KBO 리그는 코로나19로 2020년은 무관중으로 시즌을 치렀고, 2021년 194경기 기준 42만 8360명, 2022년 157만 8751명이었다. 코로나19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인기 구단인 이른바 '엘롯기'의 선전이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는 전날 SSG와 공동 1위 맞대결에서 9 대 1 대승을 거두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인천 원정에서 김민성의 역전 결승 만루 홈런 등을 앞세워 승리했다. LG는 올 시즌 평균 1만 5371명으로 관중 동원 1위를 달린다. 2위는 지난해 우승팀이자 올해도 정상권 전력을 뽐내는 SSG로 평균 1만 4927명이다.
롯데의 홈 구장인 사직도 야구 열기로 뜨겁다. 롯데는 전날 경남 라이벌 NC를 안방으로 불러 2 대 0 완승을 거뒀는데 평일임에도 1만 5000명이 넘는 팬들이 몰렸다. 공동 1위 대결이 열린 인천 경기 관중이 1만 2500명 정도였으니 롯데 팬들의 열정을 알 만하다.
롯데는 5월 SSG와 선두권 대결이 열린 홈 경기에 연이틀 만원 관중을 채우며 구도(球都) 부산의 명성을 입증했다. 롯데는 평균 관중 1만 2319명으로 두산(1만 3184명) 등에 이어 4위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는 1위 LG에 2경기, 2위 SSG에 1경기 차 뒤진 3위를 달린다.
KIA는 홈 경기 평균 관중 9726명으로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LG, 두산과 치른 잠실 주말 경기에 연이틀 만원 관중을 모으는 등 전국구 인기 구단의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KIA는 18승 19패로 NC(20승 20패)와 함께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포 나성범과 김도영이 6월 말에서 7월 초 부상에서 복귀하면 본격적인 순위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또 다른 인기 구단인 삼성도 평균 1만 2018명 관중을 모았다. kt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1만 명에 육박하는 평균 관중을 기록 중이다. 한화와 키움은 7000명 안팎의 평균 관중이 입장했다.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잇딴 부진과 논란으로 팬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올해도 1회전에서 탈락했고,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는 노 메달에 그쳤다. 여기에 불성실한 태도 논란까지 WBC에서 2006년 4강과 2009년 준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에 빛나는 한국 야구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팬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올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애정을 보이고 있다. '엘롯기'의 약진과 디펜딩 챔피언 SSG의 질주, 국민 타자 이승엽 감독이 부임한 두산 등 호재가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련의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기본기를 망각한 선수들의 플레이와 심판진의 어처구니 없는 오심 등이다. 다시 찾아온 야구의 봄이 허무하게 지지 않도록 야구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흥행을 이어갈 지혜를 모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