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진통이 계속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결국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노동 이슈를 둘러싸고 대치해 온 여야가 '법안 단독 처리'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으로 다시 한번 크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회계 공시와 집시법 개정 문제도 잇따라 얽힌 상태다.
다만 여권은 민주노총 시위에 대한 여론과 '코인 사태' 등 더불어민주당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노동문제가 재점화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여야 사이 노동 문제의 불씨를 먼저 당기는 건 '노란봉투법'이다. 야권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환노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계류 기간(60일)을 넘긴 만큼, 본회의 직회부 요건은 충족한 상태다.
노란봉투법은 요컨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조 2호 '사용자' 범위 확대('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란 단서 추가) △2조 5호 '쟁의 행위' 범위 확대('근로조건의 결정'을 '근로조건'으로 바꿔 단체협약 위반 등 근로조건의 불이행, 즉 이익분쟁을 넘어 권리분쟁을 포함) △3조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확대(손해배상 책임 액수를 쟁의 기여도 등에 따라 개인별로 판단, 노동자의 신원보증인이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관해 책임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 포함) 등이다.
2020년 발의된 이래 지지부진했던 법안의 결말은 결국 '대통령 거부'로 마무리될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여당의 저항, 끝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여야 충돌 국면이 또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앞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대해 연이어 거부권 행사가 이뤄졌던 만큼, '강행과 거부'의 정치는 여야 양측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지만, 타협의 여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권 입장에선, '거부권' 부담을 져야 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물러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국민의힘 환노위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만 3번째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게 정권 입장에서 어떻게 부담이 아닐 수 있겠나"라면서도 "하지만 판례상 단체교섭권이 이미 상당 부분 확장돼 있는 상태고,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민사집행법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법은 시급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현장에 혼란만 부추길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당은 노동 문제를 쟁점화하는 정책들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노조 회계 투명화는 발의된 지 약 두 달 만에 당내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노조의 시위에서부터 비롯한 집시법 개정 문제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정 이후 14년 만에 공백 채우기에 나선다.
결국 노동 문제를 다루기엔 '지금이 적기(適期)'란 판단이 담겨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그간 간호법과 대통령 외교 일정 등에 밀려 꺼내기 어려웠던 거지만, 노동개혁은 숙원 과제"라며 "최근 민주노총 시위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쁜 데다 '코인 사태'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노동 정책 추진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미룰 수 없는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는 전날 제4차 회의를 열고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시행령을 통해 △노동행정종합정보망인 '노동포털'에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 △다른 기부금 단체와 마찬가지로 노조의 회계 공시를 요건으로 조합비 세액공제 등의 혜택 부여 △회계감사원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격 규정 △조합원 알 권리 보호를 위해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 게시판 공표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또,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총파업 시위를 계기로 오전 0시부터 6시 사이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경찰의 공정한 공무 집행에 대한 면책 조항 신설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