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노사모=좌파? 경찰, 웃게 해줘서 고마워''''

▶ 진행 : 변상욱 대기자(CBS 라디오 ''시사자키 변상욱입니다'')
▷ 출연 : 노혜경 前 노사모 대표


대한민국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모인 인파, 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추모행렬에 대해 그 배후세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인파가 동원됐거나 아르바이트로 거기에 갔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영결식 관련 범좌파단체와 상습시위꾼에 대한 대대적인 연행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인 노사모도 범좌파단체에 포함시켰다고 하는데요. 노사모 전 대표를 지낸 노혜경 씨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노사모의 어떤 점을 오해했기에 좌파단체로 분류했을까요?

▷ 노혜경> 글쎄요, 모르죠. 어쨌든 노사모 회원들은 굉장히 기분이 우울했는데 약간 웃을 일이 생겨서 즐겁구나 하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눈물이 겨우 멈췄는데 오히려 뺨을 때려서 눈물이 흐르게 하는 일은 아니고요?

▷ 노혜경> 글쎄요. 울 일은 아니고 웃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좌파라는 표현도 우습거니와 노사모를 범좌파라고 규정한다는 자체가 검찰이 얼마나 무지한가, 죄송한 말씀이지만 얼마나 무식한가, 그런 느낌을 주니까 웃을 수밖에 없죠.


▶ 진행/변상욱 대기자> 이런 게 포괄적 좌파와 비슷한 개념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만.

▷ 노혜경> 좌파나 우파를 규정하는 자체를 보면 엄격하게 정의된 개념도 아니고 자기들보다 조금 더 개혁적이고 자기들보다 조금 더 민주적이면 무조건적으로 좌파라고 부르는 습성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습성에 의해 규정된 이름인 것 같고요. 그냥 한마디로 얘기하면 솔직히 말해서 빨갱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면 말을 하는 사람이 무식한 것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차마 말을 못해서 그냥 범좌파라고 한 게 아닐까, 처음에 딱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런 느낌이 들면서 굉장히 우스우면서 동시에 씁쓸했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경찰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단체 이름을 지명하면서까지 검거 내지는 수사대상을 삼는 목적이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노혜경>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셈인데요. 과거에 블랙리스트를 공안정국이 작성해서 돌리던 시절에는 실질적으로 그 리스트가 효력을 발휘하기도 했었고 당사자들에게도 참 많은 불이익을 줬었는데요. 지금 볼 때는 일종의 이미지 기제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징기제, 리스트를 만들었을 때 리스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나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활동에 있어서 스스로 제약을 받게 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싶은데요. 과연 본인들이 의도하는 것만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고요. 더군다나 흥사단 같은 단체들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까. 흥사단은 굉장히 뿌리가 깊고 그 활동가들도 말하자면 보수세력성이 훨씬 더 많은 모임인데 이런 단체까지 포함시키는 걸로 봐서는 경찰이 마음에 안 드는 단체는 무조건 범좌파라는 이름으로 엮었다는 게 너무 확연하니까 어리석은 일로 끝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 진행/변상욱 대기자> 이게 경찰의 단독적인 판단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더 큰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 노혜경> 그건 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에 판단하긴 어렵지만 희망사항은 경찰의 단독적인 판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그 너머에 계신 분들이 그렇게까지 수준 이하일 것이라고는 아무리 그래도 상상하고 싶지 않거든요.

▶ 진행/변상욱 대기자> 한편으로 보면 시민들의 모임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아주 몇몇의 보수이익단체를 빼고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촛불정국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거의 웬만한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경찰로서는 색깔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동정론도 있는데요?

▷ 노혜경> 색깔론이라는 것과 실제로 어떤 단체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거나 부당하게 반대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나 여러 가지 정치적 제도들에 대해 반대한 내용들을 훑어보면 대개 중고등학교 사회과학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수준의 민주주의 원리에서 벗어난 게 없거든요. 정부가 지키지 않기 때문에 시민으로서 마땅한 권리로서 항의하는 것인데 그것에다가 좌파다, 이런 색깔을 덧붙인다는 게 벌써 정당성이 없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내 편이 아니라는 얘길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권리가 네 편에게는 허용이 안 되고, 내 편에게만 보장된다는 건 민주국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 진행/변상욱 대기자>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놓고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쇄신해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고 하다가 친이-친박 싸움으로 가버렸고, 민주당에서는 조심한다고 조심하지만 어떻게든 정치공세의 최대 호기(好期)로서 이용을 하긴 해야 할 것 아니냐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처음부터 지지했고 끝까지 모셨던 노사모 입장에선 이 서거 정국을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 노혜경>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국민들이 정말로 우리가 민주주의 하고 싶은 건가, 그리고 민주주의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들이 갖춰져야 하는가,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고 정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인식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렇지만 그 기대를 수렴해서 현실로 드러내는 건 정당이 할 일이잖아요. 그래서 한나라당 안에도 무조건 이상한 분들만 계신 것도 아니고 개인별로 볼 땐 신뢰할만한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이 이렇게 드러낸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서 한나라당을 진짜로 쇄신해줬으면 좋겠고요. 민주당도 많은 사람들이 기댈 데가 없으니까 민주당을 바라보면서도 선뜻 민주당 쪽으로 달려가지 못하는 마음이 왜 그런가를 이번 기회에 조금 더 깨우쳐서 진짜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는 정당으로 좀 더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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