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이 3국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함에 따라 한미일의 '밀착'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특히 군사 분야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통령실의 발표 내용에 언급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가 대표적이다.
또한 '새로운 수준'이라고 명시한 만큼 장기적으론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각각 제공하고 있는 확장억제를 3자 확장억제 협의체로 통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동북아 정세 긴장 고조는 물론, 협상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비판 또한 상존하게 된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21일 한미일 정상회담 서면브리핑에서 "3국 간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같은 3자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3자 공조 강화, 경제 안보,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조만간 워싱턴 DC에서 열리게 될 '3자 회담'에서 이러한 '새로운 수준'의 공조 모습이 구체화할 전망이다.
한미일 3자간의 협력은 미국의 전략적 필요성에 따라 명분이 되는 북한은 물론, 실제적으로는 중국까지도 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이 주된 키가 되고 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5월 9일 한미일 3국이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시스템을 미국을 거쳐서 연결, 미사일 경보 정보를 3국이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우리 국방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특별히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현재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참여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북한이나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일본은 물론 미국으로 날아간다면 일본의 레이더 탐지 정보 또는 직접적인 요격 자산을 통해 이를 요격할 수 있다. 미군은 이러한 작전을 총괄 지휘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전장지휘통제체계(C2BMC)도 일본에 배치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가 아니므로, 레이더 시스템을 직접 연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양측 모두와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을 경유하는 것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를 포함한 기존의 정보체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점검하였다고 말씀드린 바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며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 필요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경보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그 다음은 미사일 방어를 포함해 군사적 수단을 운용하는 방법 차례가 된다. 이미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등에서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개념인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의 외교·정보·군사·경제(DIME) 등 역량을 통해 북한과 중국 같은 상대의 위협을 억제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3월 8일에도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핵전력에 대한 정보공유를 강화하는 새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을 타진하고 있다면서, 핵억지 관련 논의를 심화하며 미국의 핵전력에 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핵전력에 관한 정보공유를 강화하는 새 한미일 협의체의 창설은 '핵우산'을 포함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일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핵억지력 관련 협조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신문은 전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란 재래식과 핵까지 포함된 능력을 이용해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적국의 공격을 억제하겠다는 약속이다. 여기서 '적국의 공격'이란 핵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핵무기를 동원한 전쟁은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특성상, 모호성을 유지하고 억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핵억지' 또는 '핵우산'이라는 용어보다 '확장억제'라는 말을 선호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확장억제'라는 말 자체를 '(군사)동맹'과 같은 뜻이라고 보기도 한다.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의 내용을 보면 핵기획그룹(NCG)의 설립과 함께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이 있다. 예를 들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 폭격기 등이 무력시위 등을 위해 한반도 인근에 전개될 때마다 한국 공군이나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호위하고 있다. 폭격기에는 호위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이고, 그 호위 전투기가 꼭 미군 소속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확장억제의 대상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의 창설은 통합억제 개념에 정확히 부합한다. 이번에 히로시마 '3자 회동'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결과적으로 요미우리가 보도한 '한미일 3자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이 점점 더 농후해지는 분위기다.
때문에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는 워싱턴 선언 발표 당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의 약속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서, 미국이 원할 때 언제든지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결국 북핵을 핑계로 미국의 대중국 통합 억제력의 구축이면서 우리의 MD 편입은 물론이고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와, 나아가서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까지 연계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일본이 NCG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NCG는 '핵'을 다루는 고위급 1대 1 협의체인 만큼 한일간에도 강력한 신뢰가 요구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며, 일본의 참여 자체가 '1대 1'이라는 NCG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가 지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한일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은 일단 한국과 미국 양자간의 베이스로 합의된 내용이지만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진 않는다"고 발언했었지만, 그날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가 곧바로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는 우선 미국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며 NCG는 우선 1대 1의 고위 상설협의체라 이걸 바꾸거나 할 생각은 없다고 본다"며 진화에 나선 적이 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본도 한미간 NCG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본과 미국 간에 그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된다"며 "다음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NCG에 일본을 참여시키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한미일 3자 회담에서 일본의 NCG 참여가 논의될 수 있냐는 질문에도 "여러 가지 협력을 논의하면서 확장억제 협력이 논의되겠지만 NCG에 들어오는 포맷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