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규제 법안' 처리 임박했지만…"아직도 갈 길 멀어"

국회 정무위,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의결
코인 시장 규제 '첫 걸음' 뗐지만…
국회 문턱 넘어도 시행까지 1년 이상 소요
시장 감시 시스템 마련 등 보완 지점 산적
"그래도 개선 효과 확실할 것" 기대감도 커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가상자산(코인)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조만간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이번 입법은 루나‧테라 폭락 사태부터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이상 거래 의혹에 이르기까지 각종 논란에도 사실상 무법 지대에 방치됐던 코인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다만 규제 입법이 되더라도 신뢰할 만한 불공정거래 감시 시스템도 갖춰야 하는데다가 이 시스템으로 외국 사례까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을지도 물음표여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불공정거래 규제'와 '이용자 자산 보호'로 나뉜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 시세 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해 금지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이나 손실회피액의 3~5배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불공정거래 행위자는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하며, 금융당국에 과징금도 내야 한다.
 
11일 국회에서 정무위를 하고 있다. 이날 정무위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이용자 자산 보호 규정으론 코인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예치금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해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사업자가 이용자의 가상자산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의무, 해킹과 전산 장애 등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의무도 적시됐다.
 
지금까지는 코인 거래를 통한 자금 세탁 방지에 초점을 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외에는 가상자산 시장엔 이렇다 할 법적 견제 장치가 없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법안 의결 때 "가상자산이 비로소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곧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무리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세부 시행령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 적용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특히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를 위해서는 이 행위를 포착할 감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관련 논의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법안에 따르면 불공정거래를 포함한 이상 징후를 상시 감시해야 할 의무가 코인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부여된다. 해당 의무 이행 방안과 관련해 주요 거래소 측은 "현재로서는 시행령까지 구체화 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일단 관망하는 기류다.
 
가상화폐. 연합뉴스

특정 거래소 임직원이 코인 시장 조작 세력과 결탁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까지 최근 발표된 상황에서 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도 뒤따른다. 법안에는 금융위원회가 거래소 감독 뿐 아니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 주체로 적시됐다. 때문에 시장 감시도 하게 되지만 감시 업무를 외부에 위탁할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수행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해당 법안에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이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한다'는 문구가 포함되긴 했지만, 외국에서 이뤄지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7년부터 국내에선 코인 발행 자체가 전면 금지돼왔기 때문에 사업주체들은 그간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공개하고, 국내 거래소가 이를 위탁 판매하는 일종의 우회 상장 방식을 택해왔다. 이런 가운데 예컨대 코인 발행 주체가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일 경우 이들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을 포함한 이상 거래 여부를 제대로 포착‧규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처럼 아직 보충해야 할 지점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현실화 되면 개선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안에는) 거래소가 시장 감시를 제대로 안 하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있기 때문에 시행만 되면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감시 업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주로 문제가 됐던 사건은 코인 발행인이 내국인으로서 국내 업계와 짜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던 케이스인데, 이런 사례들은 법 시행으로 거의 제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법안이 1단계로 처리되면, 가상자산과 증권을 가를 기준과 코인 상장·발행 등에 대한 규제 등을 포함하는 2단계 입법 논의도 뒤따를 예정이다. 다국적으로 거래되는 코인의 특성 상 외국의 규제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2단계 입법이 완료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정무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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