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질투와 불안으로 파멸한 인간…연극 '오셀로'

연극 오셀로 중 한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연극 '오셀로'. 무어인 장군 오셀로가 부하인 이아고의 간계(奸計, 간사한 꾀)에 빠져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오해하는 바람에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칠흑 같은 어둠이 뒤덮인 가운데 물이 고여 있는 무대는 이들의 비극을 암시하는 듯했다. 박정희 연출은 최근 프레스콜에서 "현대판 지옥도를 축약했다. 물은 죽음의 강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연극을 지배하는 정서는 질투와 불안이다.

무어인으로 베니스 공화국의 최고 사령관에 오른 오셀로는 베니스 귀족인 브라반티오의 딸 데스데모나와 비밀 결혼한다. 하지만 기수장 이아고는 사선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자신을 제치고 한 번도 전투에 참여한 적 없는 카시오를 부사령관에 임명한 것에 불만을 품고 오셀로를 파멸시킬 계략을 짠다.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불륜을 저질렀을 지 모른다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한다.

박 연출은 "지하 벙커는 가장 불안한 장소이자 안전한 장소"라며 "모든 등장인물의 내면에 잠재된 불안으로 인해 사랑이 꽃피고 이아고도 활약한다"고 했다.

연극 오셀로 중 한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박호산과 유태웅은 질투와 불안 속에 추락하는 불완전한 인간 오셀로를 찰지게 소화했다.

박호산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오셀로가 바보처럼 느껴졌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건 사랑의 힘이라고 봤다"며 "데스데모나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질투가 생기고 큰 실수를 하는 인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유태웅은 "(카시오와의 관계에 대해) 데스데모나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 혼자 끙끙 앓다가 오해한다. 자존심과 고독감, 외로움이 뒤섞인 오셀로의 복잡한 내면을 관객에게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오셀로'는 흔히 '이아고의 연극'이라 할 만큼 극중 이아고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모두를 불안 속으로 모는 질투의 화신 이아고를 연기하는 손상규는 "가장 고귀한 인간이 가장 평범한 인간에게 추락당하는 이야기"라며 "이아고는 가장 평범하고 저열하게 극을 작동시키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데스데모나 역의 이설은 연극 데뷔 무대다. 그는 "데스데모나가 수동적인 성녀 이미지가 강해서 깨고 싶었다. 박정희 연출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MZ세대 데스데모나'를 그려보고자 했다"며 "제가 해석한 데스데모나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아고의 부인 에밀리아 역은 소리꾼 이자람이 연기했다. 극중 에밀리아는 오셀로와 이아고의 죄상을 고발하며 사건을 종결짓는다. 이자람은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의 선의로 그물을 짜서 모든 판을 만든다. 에밀리아는 그물에서 가장 중요한, 죄악을 완성시키는 손수건이라는 톱니바퀴를 담당한다"며 "마지막 장면에서 오셀로와 이아고에게 관객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임무를 완수했다"고 했다.

연극 '오셀로'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부활한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일환이다. 박 연출은 "오셀로의 이질성과 사랑을 통해 동시대 관객이 잊고 있는 감정의 힘을 환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극 오셀로 중 한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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