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파리 출몰' 아파트 주민들 "노이로제 걸리겠다" "너무 괴롭다"

올해 2월 입주 시작…주민들 자비로 가구 교체하기도

연합뉴스

"거긴 좀 괜찮아요? 우린 오늘도 똑같네요."

요즘 인천 송도의 A 아파트 입주자들은 모이기만 하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주된 대화 주제는 다름 아닌 '혹파리'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해당 아파트 집안 곳곳에서 혹파리와 혹파리의 알 등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입주자 배모(37)씨는 22일 "이제는 주민들끼리 만나면 '상황이 좀 어떠냐'고 묻는 것이 안부 인사가 될 정도"라며 "아내가 매일 새벽까지 혹파리를 잡는데 며칠 뒤엔 같은 상태로 돌아가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혹파리는 파리목의 혹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송도에서는 2008년 이후 15년 만에 대량으로 발견됐다.

올해 2월 말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전체 1820세대 중 혹파리 관련 하자 보수 신청을 한 세대만 수백 세대다. 피해 세대가 늘면서 입주자들의 반발도 점차 거세지는 중이다.

앞서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는 한 법무법인을 통해 시공사에 아파트 전체 세대에 대한 점검과 혹파리 박멸, 가구 교체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도 보냈다.

시공사는 기존 방역업체 인력을 2배로 늘려 순차적으로 방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예 가구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주자들도 많다.

가구 내부에 있었던 혹파리알 등이 유력한 문제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방역만으로 박멸이 가능하겠냐는 반응이 다수다.

또 다른 입주자 장모(44)씨는 "매일 눈에 보이는 혹파리를 없애도 어느샌가 다시 나타나 하루하루 너무 괴롭다"면서 "방역은 한다고 해도 가구를 그냥 써도 될지도 의문스럽다"고 했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자비로 가구를 교체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입주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선 가구를 공동 구매하자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전월세 계약을 맺은 임대인과 세입자들도 골치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돌연 계약을 취소하거나 아직 입주하지 않은 세대의 경우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아파트 상가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세입자가 2명이나 있었고, 결국 반환해줬다"면서 "하루에도 여러 번 비슷한 전화가 걸려 오는데 중개업소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A 아파트 시공사는 여러 차례 방역 이후에도 계속해서 혹파리가 발생할 경우 희망하는 세대를 대상으로 전체 가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내시경 장비 등을 통해 혹파리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는 가구에 대해선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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