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조심해도 폭발' 전동킥보드…길거리도 집안도 위험천만?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폭발이었어요.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그럴 새도 없이 몇 초 지나지도 않아 순식간에 숨이 탁 막혀오고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전동킥보드 화재 사고 피해자 변모(42)씨는 19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화재 당시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변씨가 타고 다니던 전동킥보드가 폭발한 때는 지난 12일 새벽 2시 30분쯤. 전동킥보드 배터리가 폭발한 지 불과 몇 초 만에 변씨가 사는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14평짜리 빌라는 연기로 가득한 채 검게 그을렸다.

변씨는 "전동킥보드에서 압력밥솥 소리처럼 치직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지?' 싶어 일어나는 찰나에 순식간에 폭발했다"며 "유독가스와 연기가 온 집을 덮어 앞이 거의 안 보이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 앞에 뒀던 킥보드가 폭발한 바람에 현관 잠금장치가 열기로 녹아내려 변씨 부부는 대피하기도 어려웠다. 이웃의 119 신고가 아니었다면 화염과 유독가스를 내뿜는 전동킥보드와 함께 집에 갇힌 채 더 큰 피해를 입을 뻔 했다.

화재 이후 변씨 부부는 아직도 유독가스로 인한 화상 증상인 두드러기 발진을 앓고 있다. 지금도 길거리에 주차된 킥보드만 봐도 다른 길로 돌아갈 정도로 또 킥보드가 폭발할까 봐 겁이 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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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는 "병원에서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면 굉장히 심한 독성을 내뿜는다고 얘기했다"며 "유독가스에 노출되면 하루 이틀 관리해서 치료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고 약을 처방해 주셨다"고 말했다.

변씨처럼 전동킥보드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사고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전동킥보드 보급 속도에 맞춰 급증하는 추세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전동킥보드로 인해 발생한 화재 건수는 2018년 5건, 2019년 10건, 2020년 39건, 2021년 39건, 2022년 115건에 달해서, 5년 만에 23배나 급증했다.

전문 인력이 매일 관리? 전문가들 "공유킥보드도 안심하기 어려워"

연합뉴스

이에 대해 공유킥보드 업체 관계자 A씨는 개인이 구매한 킥보드보다 오히려 거리의 공유킥보드가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개인이 관리 책임을 떠맡는 가정 내 킥보드와 달리, 길거리에 비치된 공유 킥보드는 업체가 정비 인력을 고용해 매일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업체는 100여 명의 정비 인력이 배터리 교체와 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A씨는 "직원들이 매일 배터리 잔량을 확인한다. 배터리 잔량이 0이 되면 업체가 킥보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매일 남은 배터리 잔량을 전부 확인한 뒤 배터리를 교체하고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유 킥보드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에서 킥보드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고급 킥보드를 구비해 놓더라도, 킥보드의 기술적·제도적 한계 탓에 전기자전거, 전기자동차보다 폭발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우선 전동킥보드용 배터리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냉각 방식부터 배터리 열감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우석대학교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 리튬배터리는 충전할 때 자연스럽게 열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냉각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온도가 상승해서 열에너지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배터리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를 냉각하는 방식은 물을 사용해 열을 낮추는 '수냉식'과 팬(fan) 등으로 공기를 순환시켜 자연 냉각하는 '공냉식'이 있다. 전동킥보드는 전기자동차보다 부피가 작고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수냉식을 도입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나용운 연구사는 "전동킥보드는 주변 온도에 의해 냉각되는 자연 냉각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배터리를 관리할 때 이런 공냉식은 효율이 떨어진다"며 "위치에 따라 냉각이 잘 되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업체가 비용을 절감하려고 배터리 위치가 발판 하단에 부착된 제품도 많다. 이런 경우 여름철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지면의 열을 고스란히 받은 전동킥보드에서 화재가 일어날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또 길거리에 비치된 전동 킥보드는 수시로 지면과 부딪히면서 고장나기 쉽다. 여름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리면 감전될 위험도 높아진다.

서울시립대학교 이영주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유킥보드와 같은) 개인용 소형 이동기기는 넘어지거나 외력에 의해 충격을 당하면서 변형되고 고장 날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교수는 "공유 킥보드는 실외와 도로 곳곳에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비를 맞은 채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킥보드가 넘어져 있는 경우는 누전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구매한 순간 애프터서비스는 '내 책임'?…가격 저렴할수록 안전은 '요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처럼 언제 폭발할 지 모를 전동킥보드들은 사실상 기업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오늘도 거리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변씨는 예전에 일어났던 배터리 사고를 다뤘던 기사들을 접하고 전동킥보드를 누구보다도 조심히 이용했다. 너무 오래 충전하면 배터리가 과열될까 평소 배터리 용량의 7~80%까지만 충전했다. 화재 당시에도 배터리 용량은 100%가 아니었고, 충전 중인 상태도 아니었다.

그런 변씨도 전동킥보드가 고장나면 찾아갈 정비소가 마땅치 않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킥보드를 구입한 업체가 사후지원(AS)을 제공한다지만, 막상 고장났을 때 부품만 새로 구입할 수 있을 뿐 킥보드에 이상이 없는지 정비해주지는 않았다.

전동킥보드를 구입한 이후 배터리 정비부터 고장난 킥보드 수리까지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인 변씨의 몫이었던 셈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은 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동킥보드 한 대 가격은 30만~80만 원으로 다양한데, 영세한 기업에서 생산한 저렴한 킥보드를 구매할수록 킥보드 정비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더욱 어렵다.

전기용품 아닌 '엄연한 교통수단'…정부·제조사 관리 책임 확대 필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 관리법'에는 전동킥보드를 제작할 때 안전확인시험기관으로부터 KC인증마크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제작·판매한 이후에는 정기적인 점검·정비를 받거나 시행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엄연한 교통수단인데도 단순 전기용품이나 생활용품으로 분류되는 전동킥보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안전 수칙을 만들고 KC인증 기준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용운 연구사는 "전동킥보드 등 이동수단은 처음에 인증받을 때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성능 기준이나 안전 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문제는 사용하면서 변형이나 충격에 의해 여러 가지 상황에 노출되는데, 이런 상황에서까지 안정성을 담보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동킥보드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소형 가전제품에 대한 인증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며 "인증 규격을 개발하거나 시험 통과 기준을 높여야 제조업체가 발맞춰 기술력을 높일 것이다"고 부연했다.

전동킥보드 업체의 보증기간을 늘려 소비자가 구매한 뒤에도 업체가 안전 문제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영주 교수는 "전동킥보드는 배터리가 탑재된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보증기간을 늘린다면 제조사 측에서도 본인의 보증 기간 동안 제품의 안정성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제품 수준을 높이거나 안정성을 높이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동킥보드를 구입한 사용자도 배터리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안전의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공 교수는 "전동킥보드는 급속 충전하거나 장기간 충전 시 위험하고, 실내에서 충전하면 또 위험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반 소비자가 안전 수칙을 숙지하기 까다로운 점을 고려해 정부·킥보드 업체가 관련 수칙들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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