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WOODZ, 조승연)는 카메라 스태프를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 팬들이 준비한 개성 넘치는 응원 문구를 하나씩 살펴보고 인상적인 것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승연아 고척 가자' '남자 우즈♡여자 무즈 결혼해' '민법 812조 하러 가자' '노래가 잘생기고 승연이가 감미로워요' 등을 거쳐 한 팬 앞에 다다랐을 때 우즈는 박장대소했다.
눈에 마스크와 안경을 끼워 시각을 차단한 팬은 "오직 소리로만 무대를 판단한다"라는 문구를 들고 있었다. 카메라가 해당 팬의 문구를 찾느라 시간이 걸리자, 우즈는 화면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본인이 꼭 기억하겠다고 해 감동을 선사했다.
2018년 '우즈'라는 이름으로 첫 싱글을 내 솔로 활동을 시작한 우즈가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 투어를 진행한다.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 우즈 월드 투어 '우리'(OO-LI)의 서울 마지막 날 공연이 21일 오후 개최됐다.
이날 콘서트의 중심 색이 있다면 아마 붉은색이 아닐까. 첫 곡이었던 '버스티드'(Busted)에서의 붉은 조명이 선명하게 다가온 탓도 있지만, 공연 목록(세트리스트)에서 열정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버스티드'와 '하이잭'(HIJACK)을 연달아 무대에 올린 건, '오늘 공연은 대략 이렇습니다' 보여주려는 우즈의 의도가 담겨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우리' 서울 공연에서는 '로커' 우즈가 가장 또렷하게 보였다.
자칫하면 신경을 거스르게 할 수도 있지만, 그 선을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짜릿함을 선사한 일렉 기타의 연주가 돋보인 무대가 상당수였다. 신나는 드럼 소리로 시작한 '체이서'(Chaser)에서는, 찰나이긴 했으나 모두 암전된 가운데 기타 솔로 연주를 비추는 순간이 있었다. '후 노우즈'(Who knows?)도, '더트 온 마이 레더'(Dirt on my leather)도 찢을 듯한 기타 소리가 빠지지 않았다.
모든 가사가 영어로 된 '키스 오브 파이어'(Kiss of fire)는 팝 트랙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고, 일렉 기타 연주가 일품이면서도 전반적으로 끈적하고 섹시한 분위기가 짙은 '필 라이크'(FEEL LIKE), 통기타 연주에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됐던 '감성 록' 계열의 '심연'은 우즈가 지금 들려주고 보여줄 음악과 무대의 스펙트럼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관객들에게 '앉을 시간'을 선물한 서정적인 곡도 매력적이었다. 초반 공연 목록 중 가장 취향이었던 곡은 '웨이팅'이었다. 댄서 없이 돌출 무대에 나와 홀로 부르는 곡이었는데 남겨진 이의 슬픔을 소재로 하되 그루브한 리듬으로 표현해 '듣기에' 좋았다. 아마 가장 장벽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팝이 아닐까 싶었던 곡은 '멀티플라이'(Multiply)였다. 우즈 스스로 미니 5집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꼽은 '드라우닝'(Drowning)은 우즈의 목소리와 가창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노래였다.
공연 내내 풍부한 사운드를 담당했던 밴드 연주가 더욱더 돋보인 '저니'(Journey)가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다. 팬들은 '베터 앤 베터'(Better and better) 일부를 부르며 앙코르를 요청했고, '계속될 여정, 영원할 우리'라는 손팻말을 드는 이벤트를 했다. 우즈는 약 7분 만에 다시 무대에 등장해 '난 너 없이'(I hate you)를 선보였다. 세로로 긴 큼직한 화면이 무지갯빛으로 물든 가운데 흥겨운 사운드가 장내를 울렸다.
다음 곡은 먼저 팬들이 불러준 '베터 앤 베터'였다. 보랏빛 하늘에 배가 띄워져 있는 배경을 뒤로 한 채 흰색 컨페티가 날리는 연출은,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즈는 "저에게 너무나 아름다운 기억을 주셔서 진짜 감사드린다"라며 "(팬들의 앙코르 요청 이벤트를) 안에서 듣고 있었는데 진짜 울 뻔했다"라고 털어놨다.
우즈의 첫 번째 월드 투어 '우리' 서울 공연의 진짜 마지막 곡은 '레디 투 파이트'(Ready to Fight)였다. 직관적이고 미니멀한 리프와 사운드로 클래식한 멋을 담은 곡이다. '내 뼈가 부서져도 끝까지 갈 거야' '너와 다른 게 틀린 거라면 끝까지 반항해' 등의 저돌적인 가사가 가득한 노래로, 우즈는 무사히 서울 공연을 마쳤다.
데뷔 첫 월드 투어를 통해 우즈는 서울을 시작으로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마닐라, 오사카, 도쿄, 방콕, 멕시코, 리마, 산티아고, 상파울루 등 11개 도시 투어를 확정했다. 이후에도 도시는 추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