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왔다야'로 데뷔해 트로트 가수로서 올해 5주년을 앞둔 강혜연. 아이돌 시절도 그랬지만, 트로트 가수가 되고 나서도 늘 최선을 다했다. 두 장의 정규앨범을 포함해 꾸준히 곡을 냈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미스트롯2'에 출연했다. '6시 내 고향' 등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매 순간이 평가로 이어지는 경연을 거치고 나서 언제나 눈치를 보느라 애먹었다는 강혜연은, 다행히 '노래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아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래서 더 즐겁게 노래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가수 강혜연을 만났다. 강혜연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로트 가수를 시작한 계기와 코로나 시기 본격화한 방송 활동에서의 '성장'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전속계약이 끝나고 나서 사실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노래를 계속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전 공백기 때 카페 아르바이트, 옷 장사 등을 해 봤지만 막상 계약이 끝나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아이돌 시절 연기를 좀 배웠고, 시트콤이나 웃긴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처음에는 연기자 회사를 자주 만났다.
강혜연은 "그러다가 제가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가 온 거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저는 연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노래를 하고 싶은데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 이런다는 생각이 팍 든 거다. 그런 느낌이 처음이었다. 그다음부터 (연기자 회사) 미팅 안 하고 노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유튜브에서 노래 커버하고 작곡도 조금씩 해 보자 했다"라고 말했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후회가 '역시 난 노래를 해야 해'라는 방향으로 바뀐 셈인데, 그 '분명한 기분'의 원인이 궁금했다. 강혜연은 "노래하러 무대에 썼을 때 그 희열감이 있다. 너무 행복하다. 저한테 박수쳐 주고 이름 외쳐주고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 제가 원래 한 가지 지긋하게 집중을 못 한다. 근데 노래 연습은 몇 시간 지났는지도 모르게 한다. 나는 노래할 때 집중 제일 잘하고 빠져서 하는구나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트로트 가수의 길을 열어준 데뷔곡 '왔다야' 때 강혜연은 '노란 머리 트로트 가수'를 밀었다. 시청자 연령대가 높은 '가요무대'에 아이돌같이 백금발 탈색을 한 채 출연한 건 강혜연이 최초였다. 강혜연은 "처음에는 제 머리가 노란색이니까 '학창 시절에 엄마 속 좀 썩였지?' 이런 말도 들어서 눈치를 봤다. 그래도 당시 피디님 덕분에 그대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이후에는 단발로 잘랐고 '단발머리 트로트 가수 강혜연'으로 불렸다며 웃었다.
노란 머리도 단발도 회사의 의견에서 시작된 것이었지만, 이제 강혜연은 본인 앨범과 곡에서 중심을 잡고 거침없이 의견을 말한다. 2~3년 전부터 '도대체 나는 색깔이 뭘까' '앞으로 어떤 걸 가져가야 할까' 하고 "진짜 많이 생각"하던 차에 이른 결론이다. 지난 1일 낸 싱글 '혜성 : 빗자루별' 앨범 재킷, 헤어와 메이크업, 사진, 의상 등의 시안을 직접 잡았다. 결과물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실물 음반으로 발매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라고.
사실 무대에 오르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운 시절이 있었다. 강혜연은 "최근 몇 개월만 해도 자신이 없었다, 계속. 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원래 자신감 있는 성격이었는데 경연 프로그램에서 평가를 받다 보니 눈치를 보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래 부르면서도 사람 표정이 어떤지 보면서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관객들도 저를 평가하는 느낌이었다. 행사 무대도 이번에 잘해야 다음으로 연결되는 거니까 '무조건 잘해야지' 하는 강박관념이 심했다"라고 부연했다.
'그냥 노래에 집중해 보자' 다행히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가수 강혜연'의 방향에 깊이 고민해 의견을 반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림이 좀 그려졌다. 강혜연은 "난 가수로서 이런 걸 해야지, 하고 계획을 잡으니까 자신감이 조금 생긴 것 같다. 전에는 노래 부를 때도 눈치 많이 보고 자신감 없게 했다면 인제 (관객에게) 눈빛 한 번 날려주고 '나한테 한 번 반해봐요' 이런 느낌으로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트로트 가수로 3년 차가 되었던 2020년 갑작스럽게 코로나 시국이 찾아왔다. 주 수입원인 행사가 끊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때 활동하지 못해 아쉽지 않았냐고 하니, 강혜연은 "오히려 기회였던 것 같다. 코로나 때 트로트 좋아하시는 분들이 집에서 TV를 많이 보셨다. 행사장 많이 다녔다면 알음알음 아셨겠지만, 제가 방송에 많이 나와서 마스크를 써도 알아봐 주시더라. 지금보다 그때 방송을 더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답했다.
KBS '6시 내 고향'에서 '힘내라 전통시장'이라는 코너를 맡은 것도 개인적으로 큰 성장의 씨앗이 됐다. 강혜연은 "코로나 때 딱 들어갔다. 송준근 선배님과 둘이 하는데 거의 '준근 스쿨'이다. '준근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다고 할까? 고민 얘기하면 너무 잘 들어주시고 좋은 말씀해 주신다. 선배님 멘트, 리액션 보고 배우고 다른 데서도 응용해 봐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미스트롯2' 등을 통해 만난 붐에게서도 많이 배운다. 강혜연은 "제가 잘 못 따라온다 싶으면 귓속말로 '이렇게 춤춰 봐' 하면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셨다"라며 "'화요일은 밤이 좋아'를 오래 했는데 그때 많이 늘었다. 어떤 리액션이 나왔네, 이건 안 나왔네를 모니터하면서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방송 활동은) 선배님들한테 더 배울 기회"였다고.
가수로서 자신감을 찾고, 방송인으로도 거듭난 강혜연은 '가요무대' '아침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기도 하다. 지난 1일 낸 신곡 '가지마오'로는 '더 트롯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올해도 '불러주시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