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CBS노컷뉴스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강혜연을 인터뷰했다. 그는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새 싱글 '혜성(彗星) : 빗자루별'을 발매해 타이틀곡 '가지마오'로 활동 중이다. 작년 12월에 '천치 바보야'를 냈으니, 5개월 만의 컴백이다. 2018년 트로트 가수로 전격 데뷔한 후 여러 곡과 정규앨범까지 냈지만 이번 앨범만큼 성숙함을 중심에 둔 경우는 처음이다. 재킷 이미지부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강혜연은 앨범 재킷을 찍을 때 의도적으로 성숙한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웨이브진 머리를 붙였고, 붉은 배경에 조금은 처연한 표정을 짓는 모습으로 쓸쓸한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동안 밝고 어리고 동안 이미지가 셌다"라고 웃은 강혜연은 "지금은 어린 친구들도 너무 많고 그 친구들도 트롯이라는 장르를 할 때 귀여운 걸 이미 많이 한다. 트롯이라는 장르에서 신나는 것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중하고 애환 있는 노래를 할 수 있다. 목소리는 애환이 있는데 제 비디오(얼굴)를 봤을 때 너무 매치가 안 되는 거다. 애기(아기)가 흉내 내는 느낌이 들어서 '아, 어떻게 이미지 바꾸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번 앨범을 계기로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해야겠다 싶었다. 젊은 여자 트로트 가수들이 귀엽고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가 많아서,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저만의 색깔과 느낌을 내 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곡) 녹음해봤자예요. 주변 사람들이 다른 곡 좋다고 해도 전 '가지마오' 할 건데요. 제 앨범인데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무대에서 해야죠." 회사를 설득할 때, 강혜연은 흔들림이 없었다. 왜 그렇게까지 '가지마오'가 마음에 들었는지 묻자, 강혜연은 "제 변화된 색깔을 나타내기에 너무 딥(deep)하지 않다. 가사도 너무 쉽고 어른들이 들었을 때 따라 부르기 좋고, 젊은 친구들이 내지 않는 특이한 색깔이면서 선배님들한테도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이었다"라고 밝혔다.
녹음은 총 세 번 했다. 1월 말에 처음 했고, 2월 말에 두 번째 녹음을 했고, 완성본이 나오기까지 3번을 채웠다. 했다가 뒤집고, 의 연속이었다. 부족한 것 같아서였다. 강혜연은 "이번 앨범은 다른 걸 보여줘야 하는데 이렇게 부르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 너무 는(발전된) 것 같지 않은 느낌? 섬세하지 않은 것 같아서 계속 수정했다"라며 '으하하'하고 웃었다.
함께 작업한 선생님은 베테랑이었다. 강혜연이 녹음하는 걸 보면서 '조용필씨도 백 번을 불러도 (자기 노래엔) 만족을 못 한다. 그래봤자 결국 처음에 부르는 걸 쓴다. 본인은 원래 만족을 못 한다'라고 설득했으나, 강혜연은 굽히지 않고 재녹음했다. '느낌이 너무 좋다' '노래가 많이 늘었다'라는 작곡가의 칭찬도 무용지물이었다. "너무 허접(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강혜연은 "선생님이 마지막 녹음 때 많이 지쳐 보이셨다"라며 웃었다.
스웨덴세탁소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그는 "제 친구의 친척 언니다. 한 5년 전에 밥 먹고 카페 얘기하면서 알게 됐다. 스웨덴세탁소 언니들의 감성을 되게 좋아했고 저랑 잘 맞는다. '사진첩'(정규 1집 '선데이혜연' 수록곡)이라는 곡을 2년 전에 줬는데 너무 곡이 잘 나오고 반응이 좋았다. 언니들이 트롯 발라드를 계속 썼는데 트로트 연줄이 없으니 제게 말해서 미리 들어봤는데 너무 좋은 거다. 다른 가수들한테 줄 수가 없어서 싣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상반된 느낌의 두 곡을 하나의 앨범에 담은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강혜연은 "두 개('가지마오'·'아이야')가 너무 좋은데 저는 발라드도 너무 좋아한다. 제 이미지가 '너무 트로트' 이미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어중간하게 껴 있다고 본다. '아이야'도 이번 앨범 재킷에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거다. '가지마오'를 듣고 내 스타일 아니네, 하는 분이 있다고 하면 '아이야'는 들으실 것 같았다. 반대도 마찬가지고. 그런 걸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강혜연은 1990년생으로 올해 32세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으로 연령대가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젊고 어린 편이다. 그런데 '성숙함'이라는 카드를 쓰기에 너무 이르지는 않을까. 이에 관해 강혜연은 "아이돌 트로트 가수라고 하면 '어느 정도 예쁘고 춤도 추지만 신나는 것(노래)만 잘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다 좀 찐한 노래를 하면 '어, 이런 것도 할 수 있었어?' 하는 반응이 많이 나오더라"라고 운을 뗐다.
그렇다고 해서 '트롯 다람쥐'라는 수식어를 포기할 마음은 없다. 강혜연은 '미스트롯2' 출연 당시 '트롯 다람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경연 때 원래는 꽃토끼로 불렸다. (수식어가) 동물들이 많았는데 갑자기 다람쥐로 나가더라. 사실 '강혜연이에요' 하면 어르신들은 헷갈리거나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처음엔 다람쥐가 너무 귀엽고 재주만 부리는 동물 아닌가 했는데 이름 틀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다람쥐'라고 했을 때 알아봐 주시니 좋다"라고 답했다.
강혜연은 올해 안에 다시 한번 신곡을 내는 게 목표다. 그는 "가을에 앨범 또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더 성숙한 느낌일 것 같다. 제 이미지를 조금 바꾸고 싶다. 조금 더 경청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박수치면서 즐기기도 하지만, 깊은 노래도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목표다. '이제 트로트가 잘 붙는다' '능숙하다' '아이돌 출신 아니고 트로트 가수네' 생각할 수 있게 변화를 주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행사를 많이 다니고 있다는 강혜연은 "행사가 재미있다. 관객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박수도 많이 쳐 주시고, 제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불러주시니까 너무 재미있더라"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당부를 잊지 않았다. "불러주시면 어디든 가야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