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도 결국 사람이었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에 빛나는 라파엘 나달(14위·스페인)이 자신의 독무대나 다름없는 프랑스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나달은 18일(한국 시각)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오는 28일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프랑스오픈에 나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나달이 "내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 것처럼 부상 때문이다.
지난 1월 나달은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2회전에서 탈락한 게 마지막 경기다. 이후 나달은 약 4개월 동안 고관절 치료 및 재활을 해왔다.
결국 지금의 나달을 있게 한 프랑스오픈까지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나달은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프랑스오픈에 출전해 무려 14번이나 우승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달은 통산 그랜드슬램 22회 우승으로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와 함께 메이저 대회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다만 나달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37살의 나달은 지난해 조코비치가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아 출전이 불허된 호주오픈은 물론 프랑스오픈까지 제패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올해는 호주오픈 2회전에서 탈락하며 이상 조짐을 보였고, 부상이 장기화하면서 코트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나달은 내년 은퇴도 시사했다. 나달은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2024년이 테니스 선수로 뛰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달은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조코비치와 '빅3'로 세계 테니스계를 군림했지만 지난해 은퇴한 페더러에 이어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기다리게 됐다.
최근 4개월 이상 재활만 하게 되면서 나달은 지난 3월에는 2005년 4월 이후 18년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이 10위 밖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우승한 프랑스오픈 랭킹 포인트가 빠지면 6월에는 100위 밖으로 밀려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