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임박했던 시점에 사적으로 만나 '원팀'을 약속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 취임 후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보유 논란이 불거졌고, 당의 대응을 두고 당내 비판까지 터져 나오면서 둘 사이 긴장감이 감도는 모양새다.
이재명, 원대선거 직전 박광온과 저녁자리서 '통합' 강조
18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이었던 원내대표 선거일 직전 당시 '비이재명계'(비명계) 후보자였던 박광온 의원과 만찬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둘은 당의 통합과 원팀 기조를 강조했다는 전언이다.이 대표는 지난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어떤 인물을 지지한다는 입장 표명 없이 표면상 중립을 유지한 바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을 경우 당이 계파전 혹은 내홍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 대표가 박광온 의원을 만나 당 상황에 대해 의논했다는 사실은 이 대표도 당시 승운이 박 의원 쪽으로 기울었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이 대표는 박 의원과 끝까지 자웅을 겨뤘던 당시 또다른 원내대표 후보 홍익표 의원과는 따로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대표는 박 원내대표 당선 후 "그동안 제가 가만히 있던 게 도움이 됐죠?"라며 취임을 축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원내대표와 손을 굳게 잡고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박 원내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건너뛰고 원내대표부터 만나려고 하자, 두 차례나 거절하고 이 대표를 먼저 만날 것을 주장하는 등 여권의 '갈라치기' 공세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도 박 원내대표가 공약했던 쇄신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 의견을 듣겠다고 다짐하며 당과 원내 지도부가 서로를 존중한다는 평이 나왔다.
코인사태 일파만파…'이-박' 통합전선 다시 시험대
그러나 최근 연이은 민주당의 악재에 당내 갈등이 격화되자 두 지도부가 고심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 취임 전부터 논란이었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은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지난 3일 탈당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틀 만에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가 불거지며 지도부 대응을 둘러싼 잠재된 갈등이 다시금 드러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논란 초기에 김 의원 개인에게 해명을 맡겨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뒤늦게 자체 진상조사와 감찰 착수 지시를 내렸지만, 김 의원이 탈당하면서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4일 열린 쇄신 의총에서도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일단 진상조사를 계속하겠다는 결론을 냈으나 다음날 검찰의 강제수사로 당의 자체조사도 무산됐다.
결국 떠밀리듯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까지에 이르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의 호위무사였던 김 의원을 최대한 지키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지적도 나왔다.
박, 비명계 포용하면서 이재명과 손잡아야하는 과제
이처럼 코인 사태가 계파전으로 번질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비명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 비명계의 의견을 포용하면서, 동시에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당을 통합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의총에서 그동안 이 대표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의원들도 발언하며 민주당의 위기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당직 개편과 원내대표 선거 이후 비명계 의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지만, 앞으로 박 원내대표가 의원들 의견을 존중해 어떻게 위기를 넘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