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주 미뤄진 전세사기 특별법…피해자 인정범위 충분한가

여야 이견 탓에 또 국토소위서 합의 불발…22일로 연기
피해자 "17.5%만 피해 인정"에 정부 "미추홀구 대부분 지원대상" 반박했지만
무자본 갭투자 이외의 깡통전세 피해자·4억5천만원 넘는 피해자 구제 방안 논란
보증금 채권매입·최우선변제금 소급적용 여전히 평행선…"특별법 위해 여야 결단 필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심의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정재 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특별법이 여야 간 이견 지속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 단계에서만 4주째 머물게 됐다.

정부여당은 현재까지 제시한 방안으로 피해 구제가 충분하다는 반면, 피해자들과 야당은 구제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다음 주 본회의에서의 가결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4차례 소위 모두 합의 불발…"최대한 지원을 더 해보자는 것"이라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6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심사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법안들을 상정한 후 지난 1일과 3일, 10일에 이은 네 번째 회동이었지만 또 다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합의 불발의 원인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여부와 공공의 전세 보증금 지원 여부, 최우선 변제금 확대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모두 공통된 목표는 최대한 지원을 더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피해구제를 촘촘히 하고, 구제방법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말씀드렸는데, 정부여당에서 적극 검토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 국토소위 위원들은 이같은 발언을 뒤로 한 채 헤어졌고, 오는 22일 다시 법안소위를 열기로 했다.

피해자 측 "인정범위 해당인원 17.5%에 불과" vs 정부 "미추홀구 피해자 대부분이 지원 대상"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16일 국회 중앙현관 입구를 점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한 지원을 더 하고, 구제도 촘촘히 하자는 여야 의원들의 발언과 달리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피해자 인정 범위의 경우 피해자 측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 429명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정부가 완화한 기준으로 내세운 사기의도·다수피해 등 4가지 피해자 인정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이 응답자의 17.5%인 75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항력과 확정일자 임차권 등기를 동시에 충족하는 인원은 35.9%에 불과했고, 수사개시 등 사기 요건 또한 충족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는 만큼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그간 국토소위 논의 중에 제시한 수정안으로 피해자 상당수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대항력 요건의 경우 현재 피해주택에 거주 중인 임차인은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계약종료로 퇴거를 한 경우에는 임차권등기를 마쳤으면 지원 대상이 된다며 대책위가 과잉해석을 했다고 지적했다.

보증금 요건도 최대 3억원에서 4억5천만원으로 확대했으며, 이같은 조건들을 인천시 미추홀구 상황에 대입했을 경우 피해 임차인 대부분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무자본 갭투자로 인한 피해는 지원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모든 깡통전세 피해자를 구제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선을 긋는 반면, 야당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원인인 만큼 전세사기 인정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야당은 보증금 요건에 대해서도 4억5천만원이 넘는 경우라도 전세사기 피해는 피해라며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증금 채권매입·최우선변제금 소급적용도 여전히 이견…"여야 모두 결단 필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심의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정재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의 보증금 채권 매입과 최우선 변제금 확대를 위한 소급적용 등을 둘러싼 논의도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여당은 피해자가 경·공매를 원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절차를 대신 진행해주는 것은 물론, 비용 또한 피해자와 HUG가 반반씩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존의 경·공매 우선매수권 부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피해자가 진행과정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도록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편의성이 높아져도 결국 경·공매로 피해 주택을 사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든 보증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HUG 등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서 이를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방식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 기존의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식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면, 공공이 경·공매로 보증금까지 회수한 후 이 부분에 대해서만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사후 정산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다소 완화된 중재안을 내놨다.

야당은 계약 갱신으로 보증금이 최우선 변제금 범위를 넘어선 피해자가 상당한 만큼 이 또한 계약 시점으로 소급적용하도록 해 구제를 최대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사후 정산식 보증금 반환도, 최우선 변제금 소급 적용도 모두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위 관계자는 "피해자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의견이라면 정부가 피해자 범위를 축소시킬 이유도, 구제 방법을 제한할 이유도 없다"며 "야당도 특별법 제정이 최우선 과제인 점을 생각한다면 내놓은 다양한 방안을 모두 고집할 필요가 없는 만큼 여야 모두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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