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두 번째 5·18 총출동…뿔난 광주 민심 돌릴 수 있을까

보수정당의 5·18 광주 행보, 정치 상황 따라 '환영vs홀대'
김무성 욕설·물세례 맞고, 황교안 시민들 반발로 쫓겨나
김종인 '무릎 사죄' 이후 꾸준한 호남 구애…김재원이 '찬물'
지금껏 노력의 진정성까지 의심…"보여주기식 참배는 기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들이 18일 추모식 현장에 총출동한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취지의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린 데 이어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김 최고위원이 사퇴 없이 버티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 '5·18 정신 헌법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먼저 요구하면서 주도권까지 빼앗긴 상황이다. 여권의 이번 행보로 뿔난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리는 5·18 기념식에 참석한다. 현역 의원뿐만 아니라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대부분도 광주로 집결한다. 당 지도부는 오전 8시 20분부터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도 열 예정이다.

김병민 최고위원의 경우 청년 대표단 등과 함께 전날 열린 전야제에도 참석했다. 보수정당 지도부가 5·18 전야제에 참석한 것은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후 8년 만이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의 설화로 성난 광주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전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원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최대한 행사에 참석해 5·18의 의미를 되살리고 이 가치를, 5·18이 우리의 역사에서 무엇인가를 되새기는 이런 행사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광주 시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대 보수정당이 5·18 기념식 참석에 참석할 때마다 시민들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환영과 홀대를 반복해왔다.

2015년 5·18 전야제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광주 시민들의 욕설과 물세례 등 거센 항의를 받고 30분 만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지정'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2019년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김순례·이종명·김진태 의원의 이른바 '5·18 망언'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황교안 대표가 광주 민심을 달래고자 5·18 기념행사에 참석했는데, 시민들의 강한 반발로 사실상 쫓겨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반전의 계기는 2020년 미래통합당 시절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만들었다. 그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부끄럽고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보수정당을 대표해 사죄했다. 이에 진정성이 주목받으면서 광주 민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호남 출신인 조수진 의원 주도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5·18 민주묘지 참배와 정화작업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정운천·성일종 의원이 5·18 관련 단체의 국가보훈처 소속 공법단체 승격 등을 담은 법률 개정안 통과에 적극 나서는 등 호남 구애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결국 여러 노력의 결실로 지난해 보수정권 최초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전원이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수 있었다.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호남 지역 광역·기초의원을 7명 배출하는 성과로도 연결됐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하지만 지난 3월 김기현 체제 출범 이후 당선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전광훈씨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정치인은 표를 위해선 조상 묘라도 판다"며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말을 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 달의 시간을 끈 끝에 김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성난 호남의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 최고위원이 징계를 감수하면서도 최고위원 직책은 버릴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당의 호남에 대한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실정이다.

광주·전남 지역 11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6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광주 방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오월정신 훼손', '역사정의 파괴'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든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정부·여당이 '5월 정신'과는 정반대 길을 가면서도 5·18 가치를 들먹이는 보여주기식 참배를 하는 건 '5월 영령'에 대한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정부·여당에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공식 제안했다. 이재명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정부·여당이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 관심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5.18 폄훼 발언을 한 정부·여당 측 인사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원포인트 개헌을 내년 총선에 맞춰서 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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