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시집 '모래는 뭐래'
창작과 평론 활동을 병행해오며 독특한 상상력과 빼어난 언어 감각으로 주목을 받는 정끝별의 신작 시집 '모래는 뭐래'가 출간됐다. 등단 35년을 말이한 올해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시집은 절묘하게 짜여진 애너그램(Anagram)을 활용한 시로 주목을 끈다. 이를테면 동일한 모음과 자음을 재조합해 연결한 '정교한 적요' '무한한 하문' '살벌한 발설' '미망의 마임'(시다 시, 다시다!) 같은 시적 은유와 '우직한 궁지에 몰린 염소의 소명' '고통의 옥토에서 응전하는 증언'(같은 시) 등의 시구는 대상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저자의 치열한 시적 표현으로 애너그램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인은 저자 강연회에서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평생 '왜'라고 묻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 시집에서도 반복되는 시어들을 질문의 연쇄로 쏟아낸다. 시 '모래는 뭐래?'를 통해 모래의 정체성을 탐구하지만 붙잡으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뿔뿔이 흩어져 답을 들을 수 없다. 끊임 없이 세상을 탐구하고 질문하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무구한 목소리로 계속 묻는다.
저자는 수없이 반복되는 질문으로 진실을 탐구하려 한다. 정형화된 정답을 원하지 않는다. 인간과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를 대비하며 만물에 대한 경외를 담아낸다.
정끝별 지음ㅣ창비ㅣ148쪽ㅣ1만 1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