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6일 문재인 정부 등 과거 정부사업에 참여해 모두 17억 4천만 원의 국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10개 비영리민간단체(시민단체) 대표와 회계 담당자 등 73명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은 허위 경비와 인건비를 지인들에게 지급한 뒤 되돌려 받거나, 가족 간 허위 계약을 통해 돈을 챙기거나, 이미 개발한 제품을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속이는 등 아주 다양한 수법을 사용해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횡령한 돈을 자녀 사업자금과 주택구입 지원, 손녀 말 구입 및 유학비 지원, 골프 및 콘도 이용에 사용한 민간단체 대표, 카드결제나 자동차 구입 등 개인적 용도로 쓴 민간대표 등도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정부 보조사업에 참여해 국가 보조금을 수령한 비영리민간단체(시민단체)에 대한 감사를 벌여 대규모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관련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허위경비지급으로 10억대 횡령…손녀 말 구입·자녀 주택구입
감사원에 따르면 문화 관련 민간단체의 본부장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문체부와 국방부의 보조사업에 참여하면서 회계 간사와 공모해, 회계간사의 남편과 지인 등 19명을 허위 강사로 등록해 356회분의 강사료를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모두 1억 1800만여 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이 본부장은 이밖에도 허위 물품 및 용역비로 7억 4500만여 원, 워크숍 허위 대관료로 3600만여 원을 횡령했다. 특히 자신의 며느리가 해당 단체에 근무하지도 않는데도 직원으로 올려 46개월 동안 총 6000만여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횡령한 돈은 모두 10억 5300만 여원으로 파악됐다.
횡령한 돈은 자녀 사업자금과 주택구입 지원, 손녀 말 구입 및 유학비 지원, 골프 및 콘도 이용 등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외교·여성인권·동물단체 대표의 민낯…허위 인건비 지급 후 횡령
공공외교 관련 민간단체 대표는 지난 2018년 10월 서울에서 포럼행사를 개최한 뒤 행사지원인력이라며 외국인에게 81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한 뒤, 이 중 680만원을 본인 계좌로 되돌려 받고도, 이후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에 인건비 지급 영수증을 등록한 후 보조금 계좌로 원천 징수액을 포함한 810만 원을 수령해 680만여 원을 횡령했다.
감사원은 이 행사지원 인력들이 별도로 4039만원을 인건비로 지급받은 뒤 해당 단체가 있는 건물의 은행에서 13회에 걸쳐 현금으로 출금한 사실도 파악함에 따라 이 단체의 추가 횡령이 의심된다며 수사 참고사항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여성 인권단체 비상근 대표도 지난 2018년 6월 여성가족부 보조사업에 참여해 해외여행을 가는 등 총 근무일 100일 중 73일을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인건비 665만 원을 부정 수급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식물 보전사업단체 대표는 지난 2017년 3월 환경부 사업에 참여하면서 퇴직 직원들의 인건비 수령계좌와 연결된 현금카드를 건네받아, 모두 103회에 걸쳐 인건비 2억 9900만여 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평소 거래하던 공사업체로부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후 되돌려 받아 6700만여 원을 별도로 횡령하기도 했다. 횡령한 돈은 자동차 구입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다.
가족과 허위 계약 체결로 횡령…신제품 개발로 속여 횡령
청소년 단체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여성가족부 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체와 홍보물 제작 발주 등 허위계약을 체결해 대금을 돌려받는 등 총 1억 6200만원을 횡령했다. 빼돌린 돈은 역시 카드대금 결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이미 개발한 제품을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제출하여 보조금을 횡령한 사례도 발견됐다.
한류사업 참여업체 대표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문체부 사업에 참여하면서 프로 게이머 등과 협업한 PC 케이스를 개발·제작해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하고도, 이미 해외에 출시된 제품을 수입, 결과물로 제출해 4100만여 원을 횡령했다.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특별법에 따라 안산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지역 공동체 회복사업을 했던 민간단체들의 횡령사례도 보도 자료에 적시했다.
한 단체 대표가 자신의 아내가 운영하는 인쇄업체에 인쇄물 제작용역을 맡기고 계약금과 하도급액의 차액인 270만 원을 횡령했다고 밝혔고, 또 다른 단체의 경우 애초 역사와 인문학 독서 토론을 하겠다고 해 놓고 실제론 남북 관계와 북측 제도를 탐구해 380만 원의 활동비를 사업 목적과 다르게 집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민간단체의 공익활동에 대한 보조금 지급액이 증가하면서 횡령 등 회계부정이 지속되고 있어 집행실태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고, 정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감사를 실시했다"며, "앞으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의 정부 보조금 유용 혐의 재판이 일부 계기가 돼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일반 시민으로부터 제보를 받았고 행정안전부, 통일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8개 정부 기관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