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박경리의 유고산문 '일본산고'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 유고산문 '일본산고'가 새로 출간됐다.
2008년 작고한 이후 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이 유품 정리 중에 발견한 200자 원고지 63장 분량의 육필 원고를 당시 "일본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개하기로 결심했다"며 세상에 내놓으면서 알려졌다.
저자는 생전 일제강점기를 경험했던 자신을 '철두철미한 반일 작가'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 육필 원고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이해관계와 갈등하는 상황에 천착하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생명에 대한 존중과 같은 인류 보편 가치에 닿아 있다.
'제1부 일본산고'는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며 틈틈이 써두었던 글과 토지 완간 이후 본격적인 '일본론' 기획 아래 써두었던 미발표 원고들을 담았다.
'제2부 "나는 반일 작가입니다"'는 '생명의 아픔'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등에 실린 글 중에서 일본 관련 글들을 추렸다.
'제3부 일본 역사학자와의 지상 논쟁'은 1990년 '신동아' 지면을 통해 일본 역사학자 다나카 아키라와의 논쟁을 옮긴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지식인 박경리가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 줏대 없는 식자들이 일본의 시각에 동조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뚜렷한 역사인식을 토대로 철저한 조사를 거쳐 쓴 '일본산고'는 우리 공동체가 비극적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가 남겨준 일종의 '일본 사용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박경리 지음ㅣ다산책방ㅣ176쪽ㅣ1만 6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