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원로 "전태일 분신 떠올라"…양회동씨 빈소에서 정부 사과 촉구

'노동절 분신' 사회원로 170명, 정부 사과·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 해산 등 요구
"한심한 정권 물러나야"…정권 퇴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와
건설노조, 오후 2시부터 윤 정권 퇴진 촉구하는 총파업 상경투쟁 나서

사회원로들이 1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양회동씨 빈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형욱 기자

노동계·종교계 등 사회 각계 원로들이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죽음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조합 탄압 때문이라며 정부는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건설노조탄압 중단! 경찰청장 파면! 윤석열정부 사과! 사회원로 모임'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로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분신은 53년 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떠올리게 한다"며 정부 사과·윤희근 경찰청장 파면·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 해산 등을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태일재단 이덕우 이사장·백기완재단 신학철 이사장·김중배 전 MBC 사장 등 원로 170명이 참여했고, 이중 20명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원로들은 양회동씨 빈소 앞에 모여 앉아 '노동3권 요구가 공갈 협박죄인가', '건폭 매도 노동탄압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원로들이 단체로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로들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신학철 이사장은 "윤석열은 검찰이라는, 법이라는 무지무지하게 큰 칼을 가지고 칼춤을 추고 있다"며 "칼춤에 양회동 동지가 사고를 당해 정말 애통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자기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 조폭으로 몰고 있다"며 "한심한 정권은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은 "이 땅의 젊은 생명들이 탄압받고 고통받고 생때같은 어린 생명들이 산산히 떨어져가는 이 실경 앞에서 무한한 죄책감을 느낀다"며 "아무리 죄책감을 느끼더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젊은이들이 웃음을 되찾고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세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양회동씨의 유서가 인쇄된 신문을 손에 든 채로 "검찰 독재 윤석열 정권 퇴진,양회동 동지와 백기완 선생이 부르짖던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이라는 높은 뜻을 이뤄내는 첫 걸음이 이 자리에서 반드시 비롯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씨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과 진보 진영도 양회동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강대학교 송호철 교수는 "역사적으로 노조를 빨갱이로 몰았지, 조폭으로 몰았던 적은 없다"며 "일용직 노동자라고 하는 건설노동조합 특성 때문에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고 전임비를 지급하는 것인데 이런 것을 공갈협박죄로 몰아 탄압하는 경우는 역사상 유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1500만 국민이 거리로 튀어나와서 만든 촛불항쟁을 5년만에 말아먹고 윤석열 정권에 정권을 내준 더불어민주당도 공범"이라면서 "(진보학계도) 현실이 이렇게 될 때까지 (막지 못했다). 노조에 대해 국민들이 불신하고, 정권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노조를 희생양으로 만든 사태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양회동씨의 죽음은 정권의 '건폭몰이' 때문이라며 이날부터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투쟁을 시작한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총파업 상경투쟁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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