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플랫폼 업체만 배불리는 꼼수"

코로나 위기단계 하향되는 다음 달 1일부터 시범사업 시행 예고
"재난상황서 비상수단으로 허용…의협 조건부 수용이 명분 될 순 없어"
"대면진료보다 안전·효과 크게↓…환자가 왜 더 많은 비용 부담해야 하나"

비대면 진료. 사진공동취재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등 40여 개 시민단체들이 '비대면 진료 반대' 입장을 재차 밝히며 정부가 내달부터 시행을 예고한 관련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됨에 따라, 정부는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해온 비대면 진료를 유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 이에 이달 중 당정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범사업 계획을 마련,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6일 성명을 내고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법을 피해 시범사업이라는 꼼수로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들에게 답해주는 것"이라며 "대통령부터 법무부 장관, 비서진 등 법을 다루는 검사 출신으로 가득한 정부가 이런 꼼수라니 '공명정대'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무상의료 운동본부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비상수단으로 허용된 것"이었다는 특수성을 강조했다.
 
황진환 기자

이들은 "시민들이 감염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비대면 진료를 통해 진료를 받게 됐으므로 비대면 진료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를 명분 삼아 재난 상황이 종식돼 대면진료가 가능함에도 비대면 진료를 꼼수로 지속하는 것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플랫폼 업체들의 돈벌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의 의정협의에서 결정된 원칙도 거론했다. 협의체는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보조적으로 활용되는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 및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수행하자는 데 합의했다.
 
무상의료 운동본부는 "정부는 의협이 조건부로 비대면 진료를 수용한 것을 핑계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협이라는 이익단체는 어떠한 국민적 대표성도 갖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스스로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며 십수 년 간 원격의료를 반대해 오다 어떠한 객관적 상황 변화도 없는데 돌연 입장을 바꿀 만큼 과학적이지도 일관되지도 못한 집단"이라고 의사단체를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경청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이익 추구에만 골몰인 의협만을 '수가 인상'이라는 당근으로 매수해 비대면 진료를 밀어붙일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현재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부분은 초진(첫 진료) 허용 및 수가 인상 여부다. 의료계는 '오진 가능성' 등으로 인해 의료진의 품이 더 들어가는 만큼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대면진료의 150% 이상으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장관도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비대면 진료에서 의료인의 수고가 더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재정도 봐야 하고, 국민의 의료접근성도 봐야 하니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토록 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무상의료 운동본부는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가 의협의 요구대로 수가를 대폭 인상할 계획이란 점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의료비 폭등을 낳을 것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크게 좀먹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왜 안전과 효과 면에서 대면진료에 비해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는 비대면 진료에 환자들이 더 많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나"라며 "시민들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런 일은 정부가 플랫폼 기업 마진을 챙겨주기 위해 수가를 올리고 의사들의 더 많은 비대면 진료를 부추기는 유인책을 제공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영리 기업들의 배만 불리며, 건보 제도까지 위협할 거라고도 내다봤다. 이들은 "단지 '닥터나우' 같은 중소업체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기업들이 이미 병원급 의료기관에도 적용할 원격의료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듯 한 번 제도가 꿇리면 병원에 곧 확대적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해 과학 기반 대응체계를 착실히 준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 "플랫폼 업체들과 민간 의료기관에 퍼 줄 돈이 있으면 코로나를 전담해 온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공공병원과 인력을 대거 확충하라"고 했다.
 
정부가 유행 초기부터 코로나 환자를 전담한 지방의료원들에 대해 손실 보상 등 재정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임금 체불'까지 눈앞에 둔 상황이라며, 공적 의료체계 확충이 곧 미래 감염병 재난에 대한 대비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의료법이 개정될 때까지 코로나19 시기처럼 비대면 진료를 전면적으로 무기한 허용하는 것은 시범사업이라 할 수 없다.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막무가내식 초법적 행태일 뿐"이라며 "정말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할 생각이 있다면 도서 벽지와 취약지역에 병원과 인력을 확충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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