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16일 이 전 은행장의 주거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장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약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었던 박 전 특검이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이 우리은행 부동산·금융부 실무진에게 전달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의 청탁을 받은 박 전 특검이 이 전 행장을 통해 당시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부행장급)이던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 등에 접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1~2014년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 전 행장은 유 전 대표와는 대구고 동문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던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사업 입찰 공모를 준비하던 당시 컨소시엄 구성 논의 과정에 관여하고, 컨소시엄에서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당시 대장동 사업 실무에 관여한 양재식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내 1300㎡(약 400평) 규모의 상가 부지, 495㎡(약 150평)·330㎡(약 100평) 규모의 단독주택 부지·건물 등 총 200억원 상당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도 받는다.
우리은행은 당초 대장동 업자들의 컨소시엄인 '성남의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1500억원의 대출의향서를 내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컨소시엄 참여 및 PF대출 청탁 등을 받아 실제 우리은행 내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이익을 받기로 약속하는 등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30일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성남금융센터·삼성기업영업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50억 클럽' 재수사를 시작했다. 아들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대장동 업자로부터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였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우리은행 본점 심사부와 이광구 당시 우리은행 부행장 등 전현직 임직원의 주거지·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당시 대출심사 업무와 관련한 자료 확보에 집중, 대출의향서가 발급된 경위 등 확인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 11일에는 유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전 은행장도 직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번 의혹의 종착지인 박 전 특검과 그의 공범으로 지목된 양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그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저로서는 참담할 뿐"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