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1·2층 전관에서 펼쳐진다. 1부 '달/항아리'는 김환기의 예술이념과 추상형식이 성립된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작업을 소개한다.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 자연을 모티프로 한 그림이 추상 스타일로 정착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 초입에는 '달과 나무'(1948)가 걸려 있다. 이 작품은 김환기 특유의 한국적 추상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머지 않아 그의 그림 속에서 달과 달항아리가 만나게 될 것을 예고한다.
지정문화재로 등록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론도'(1938), 우리 전통과 자연을 추상화하는 데 몰입했던 파리 시기(1956~1959)의 대표작 '영원의 노래'(1957), 전통미술 양식과 점화의 씨앗이 공존하는 '여름달밤'(1961) 등이 전시된다.
2부 '거대한 작은 점'은 김환기가 1963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국제 무대에서 통할 한국적인 추상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뉴욕 시기, 김환기는 나이프로 '야상곡'(1964)을 그렸다. 야심찬 시도였지만 뉴욕 평단의 평가는 자신의 기대와 달랐다. 이후 그의 작품 속 풍경 요소는 '북서풍 30–Ⅷ–65'(1965)에서 보듯 선과 점, 색면으로 대체됐고 1969년과 1970년 사이 전면점화의 시대에 들어갔다.
전시를 닫는 작품은 김환기가 작고 한 달 전 그린 '17–VI–74 #337'(1974)다. 병세가 악화되자 죽음을 예감한 듯 시작한 검은 점화 시리즈로, 리드미컬한 점의 움직임은 사라지고 정적이 감돈다.
"새벽부터 비가 왔나 보다. 죽을 날도 가까워 왔는데 무슨 생각을 해야 되나. 꿈은 무한하고 세월은 모자라고."(1974년 6월 16일 김환기 일기 중) 김환기는 1974년 7월 6일 생의 마지막 점화에 점을 찍고 7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한편 호암미술관은 1년 반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이날 재개관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앞으로 호암미술관은 리움미술관과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로서 전시 및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기획·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의 고미술 뿐만 아니라 국내외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