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일명 '대장동 5인방'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데 대해 재판부가 난색을 표했다.
지난 3월 대장동 사건의 이른바 '윗선'으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각각 기소된 관련 사건의 공소사실을 통일하기 위한 후속 조치지만 법원은 재판 지연 등의 고민을 토로했다.
김만배 씨·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본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5일 "검찰에서 제출한 변경 공소장은 기존에 저희 재판부에서 1년 이상 심리한 업무상 배임의 기본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재명씨와 정진상씨에 대한 공소사실이 거의 다 포함되어 있는 유사한 내용"이라며 "다른 재판부 결과나 판단에 서로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어 고민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들 '대장동 5인방'에 대해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장동 일당의 배임혐의 액수를 기존 '651억원+α'에서 4895억원으로 변경하고, 공범에 이재명 대표와 그의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검찰은 당초 '대장동 5인방'의 배임 액수를 '651억원+α'로 산정해 기소했다가 지난해 7월 재수사에 착수해 올해 3월 이 대표를 기소할 때는 배임 액수를 4895억원으로 적용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는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재판이 크게 3개 재판부에 배당돼 있다. 형사합의22부에서는 '대장동 5인방'에 대한 본류 재판이 가장 일찍부터 진행되고 있고,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측근인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심리하고 있다.
형사합의33부는 지난 11일부터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비리,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공판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이와는 별개로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심리 중이다.
이중에서 특히 형사22부와 33부가 엇비슷한 공소 사실을 다루게 된 상태다. 이미 형사33부 재판부는 지난 11일 첫 공판준비기일에 "거기 재판부(형사합의22부)도 우리랑 겹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형사22부는 2021년 12월부터 두 번의 공판갱신절차를 거쳐가며 1년 반 동안 대장동 5인방에 대한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피고인 측에서도 "왜 같은 사건을 이렇게 쪼개서 했는지 굉장히 의문"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이 대표 측은 물론 대장동 5인방 측에서도 사실상 한 사건을 두 재판부가 나눠 심리하게 되면서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표한 상태다.
재판부의 우려에 더해 피고인 측의 항변에 대해 검찰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소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의 지적에 "본류 사건 수사를 장기간 구속수사 위주로 하다 보니까 최소한의 피해금액만 특정했고, 공소사실 자체도 최소한으로 (이뤄졌다)"며 "배임 피해액의 본질적 구조 자체를 특정하다 보니 배임 피해액이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배임 혐의와 이해충돌방지법 혐의와 관련한 사건들에 대해 병합을 요청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 내에서 검토한 결과 병합이 이뤄지지 않고 형사합의33부에 추가 배당됐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각자 진행하든 한 재판부에서 하든 절차가 중복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검찰과 변호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판을 진행할 계획인지 풍부하게 의견을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