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은 미국 최고 연주자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상과 그래미상을 4차례 받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다. 40년간 세계 곳곳을 돌며 연주 투어를 해왔지만 그에게 한국 공연은 각별하다.
벨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연주하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흥을 느낄 수 있다"며 "한국은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씩은 오고 싶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고 젊은 관객도 많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미국에서 함께 음악 공부를 했던 한국인 친구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 가기 전에 친구들에게 물어봐서 고급스러운 식당과 허름하지만 맛있는 식당 몇 군데를 찾아놓으려 합니다." 그러면서 "아내인 소프라노 라리사 마르티네즈 역시 한국의 모든 드라마를 챙겨볼 정도로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과 쇼송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시'를 연주한다.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에 대해 벨은 "작은 오페라 같은 곡이다. 선율이 아름답고 극적이며 강렬하다"고 했다. "쇼팽이 19세기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듯이 비외탕은 동시대의 슈퍼스타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였죠. 이 곡은 지난 40년간 무대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았지만 낭만적이고 아름다워서 관객이 좋아할 만합니다."
쇼송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시'에 대해서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다. 음악으로 지은 시 같다"고 평했다.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곡이에요. 이 곡은 쇼송이 외젠 이자이를 위해 작곡했는데 제 스승인 요제프 긴골드는 이자이의 제자였고 이자이는 비외탕의 제자였죠."
벨은 긴골드를 "음악적 부모님"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바이올린을 사랑하고 음악가의 길을 걷게 해줬죠. 그의 눈을 통해 음악이라는 세상을 바라봤어요. 제가 12살이었을 때 긴골드는 이미 연로했었죠. 야사 하이페츠, 프리츠 크라이슬러, 네이선 밀스타인 등 각자의 개성이 두드러진 이전 세대 연주자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 경험이 저만의 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됐어요."
"예술가는 나이에 상관 없이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벨은 동시대 작곡가에게 새 작품을 위촉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미국 작곡가 5명에게 공동 위촉한 작품 '더 엘리먼츠'가 오는 9월 초연해요. 존 코릴리아노가 작곡을 맡은 영화 '레드 바이올린'에서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적 있는데 내년에 다시 그에게 작품을 위촉할 예정입니다."
음반 발매도 앞두고 있다. 올여름 싱가포르 중국 교향악단과 녹음한 '나비 연인' 협주곡 음반이 나오고 올해가 가기 전에 ASMF와 파가니니 협주곡을 녹음할 예정이다. "'나비 연인' 협주곡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가 중국 악기를 연주해요. 다른 문화권의 음악을 배우는 건 언제나 흥미롭죠. 재즈, 컨트리음악 연주자들과 작업한 적 있는데 리듬, 표현, 즉흥연주에서 배운 점이 많았어요."
젊은 음악가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벨은 "독주자가 되기만을 바라지 말고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갖춘 연주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창기에 실내악을 연주했던 경험이 ASMF에서 제가 지휘하는 곡을 편곡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자신에게 맞는 스승을 찾고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배워야 해요. 우리는 모든 것을 알기 어렵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항상 배울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