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K드라마, K무비, K콘텐츠…. 문화적 창작성의 우위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표현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모든 열정을 갈아 넣도록 강요하는 '한국식 노동'의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배경과 여건, 표현의 방식만 달라졌지 미싱 공장의 어린 여공들과 전태일은 2023년에도 여전히 기계처럼 일하고 있다.
그 사이 글로벌 공룡 플랫폼은 먹이 사슬의 최고 포식자로 호시탐탐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14일 방송되는 MBC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K-콘텐츠 창작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과 불공정 계약에 대해 집중 보도한다.
"한국 시장에 3조 원대 투자를 할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발표에 국내 콘텐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막대한 투자금을 앞세운 넷플릭스의 저작권 싹쓸이에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품이 아무리 흥행해도 한국 콘텐츠 제작 업체는 수수료 외엔 과실을 얻지 못한다. 넷플릭스의 저작권 독점에 한국 업체들이 '콘텐츠 하청 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것에 거의 다 서명하기 때문에 감히 개인으로서 그걸 깰 수는 없으니까. 그럴 힘도 없었고요."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영화와 드라마, 웹툰과 애니메이션까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K-콘텐츠 업계.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넷플릭스 같은 대규모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과 계약하고 작품을 만드는 콘텐츠 창작자들은 과연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일까.
연 매출 1조 원대 규모로 성장하며, 영화와 드라마 원작으로 주목받는 웹툰 업계. 억대 수입을 올리는 스타 작가도 등장했지만,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는 무명 작가도 수두룩하다. 이런 저임금 노동의 배경에는 단계별로 수수료를 떼가는 웹툰 유통 구조가 있다. 웹툰 유통 플랫폼은 매출액의 최대 절반까지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청 업체 격인 제작사도 각종 명목으로 떼고, 저작권 전부를 회사에 건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주 '스트레이트'는 K-콘텐츠 생태계를 떠받치는 웹툰 창작자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했다. 이들은 1년에 수천 편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작품에 자신을 갈아 넣는다.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는 '불공정한' 계약 관행과 1주일 평균 60~7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은 이들을 괴롭힌다.
"자살과 질병으로, 1년에 한 명씩 꼭 동료의 사망 소식을 듣는 것 같아요" 이들은 지금도 관절약, 우울증약을 삼키며 지옥 같은 '마감 전쟁'을 치른다.
게임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만화 '리니지'를 그린 신일숙 작가는 "완전히 피라미드 형태예요. 5퍼센트 정도 작가들이 거의 모든 수익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나머지 중간은 겨우 한 달 한 달 가는 정도… 밑에는 아마 아르바이트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정도의 작가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웹툰 업계를 '피라미드'로 진단한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아기공룡 둘리'를 그린 원로 만화가 김수정 씨는 "웹툰 작가를 지망하는 숫자도 많이 늘었단 말이에요.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골라가며 쓸 수 있죠. 이런 데서 오는 불평등한 것도 있을 거라고 봐요. 이렇게 가다가 나중에 더 구렁텅이로 빠질 수도 있겠다"며 지금이 위기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