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개발부담금 0원'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처남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사업기간 소급연장' 의혹에 대해선 양평군 담당 공무원들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특혜 의혹'의 전제 조건인 윤 대통령의 처가와 당시 양평군과의 '연결고리'는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의혹 당사자로 지목됐던 윤 대통령의 장모 최모씨와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에게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 착수 1년 6개월 끝에 나온 결론이다.
윤 대통령 처남 송치…개발부담금 줄이려 공사비 부풀린 혐의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개발부담금 0원' 의혹과 관련해 사문서 위조 혐의로 윤 대통령의 처남이자 공흥지구 시행사(ESI&D) 대표인 김모씨 등 시행사 관계자 5명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김씨는 공흥지구 사업으로 내야 하는 개발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양평군에 제출하는 서류에 공사비용을 부풀려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개발부담금은 토지개발로 수익을 얻은 민간사업자가 내야 하는 돈이다. 통상 개발이 끝난 시점 땅값(공시지가)에서 개발을 시작할 때의 땅값과 개발비용, 정상지가 상승분을 뺀 금액의 20~25%로 산정된다.
즉 개발이익이 적을수록 사업자가 내야 할 개발부담금도 줄어드는 구조인데, 경찰은 김씨 측이 공사에 투입된 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려 기재해 개발이익이 적은 것처럼 조작했다고 결론내렸다.
앞서 양평군은 2016년 ESI&D측에 개발부담금 17억 5천만 원을 부과할 예정이었다가 2017년 1월 6억 원, 같은해 6월에는 개발이익이 없다며 '0원'으로 확정하고 부과하지 않았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재검토 후 2021년 11월 뒤늦게 1억 8천만 원을 부과했다.
다만 경찰은 당시 개발부담금을 여러 차례 다르게 산정했던 양평군 공무원들에게는 혐의가 없다고 봤다. 업무에 미숙해서 발생한 일이며, 시행사 측에 이익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판단이다.
양평군 공무원도 송치…'업무 실수 숨기려' 사업기간 소급적용
경찰은 '사업기간 소급적용' 의혹에 대해서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양평군청 공무원 B씨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도시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은 ESI&D 측의 주택사업 시행기간이 지났음에도 관련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임의로 소급 적용해 늘려준 혐의를 받는다.
당초 양평군이 인가한 공흥지구의 도시개발 사업기한은 2012년 11월~2014년 11월까지 2년간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짓는 주택개발 사업기한은 2014년 5월에 승인이 떨어져 실제 공사를 마치기까지는 기한이 부족했다.
이럴 경우 통상 시행사 측이 도시개발 사업기한 연장 신청을 통해 기한을 늘리거나, 만약 기한이 지났다면 지자체에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공흥지구 시행사인 ESI&D 측은 기한을 초과한 상황에서도 미인가 상태로 공사를 이어갔고, 양평군은 준공을 한 달 앞둔 2016년 6월에서야 공사기한을 소급해 늘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업 기한이 초과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양평군이 공사 중지에 따른 주민 민원이나 공무원들의 과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임의로 기한을 소급해 늘렸다고 판단했다. ESI&D 측이 먼저 양평군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尹장모, 김선교 모두 불송치…혐의 없음
하지만 경찰은 특혜 의혹의 시발점이었던 윤 대통령의 처가와 당시 양평군과의 유착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윤 대통령의 장모 최모씨와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을 모두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최씨는 2014년 11월 교체되기 전까지 ESI&D 대표를 맡았다. 때문에 시민단체는 최씨를 공흥지구 특혜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하고 뇌물 등 혐의로 고발했다. 시민단체는 공흥지구 개발 기간이 포함된 2007년~2018년 동안 양평군수를 지낸 김 의원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최씨와 김 의원을 서면으로 한 차례씩 조사한 경찰은 두 사람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당선인 시절 함께 고발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각하 조치했다. 이밖에도 최씨의 농지법 위반 의혹은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이어서 경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써 1년 6개월간 이뤄진 윤 대통령 처가에 대한 경찰 수사는 마무리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자료가 방대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 보니 기한이 걸렸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수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1년 윤 대통령 처가 시행사가 맡은 양평 공흥지구 사업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업으로 시행사가 800억원 규모의 분양매출을 올렸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후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이 접수됐고, 2021년 10월 경기 양평경찰서는 양평군청으로부터 공흥지구 개발사업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하면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최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입건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1년 6개월만인 이달 경찰은 사건을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