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후, 특히 2연승을 거둔 뒤 전격 경질된 프로야구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과 홈 경기에서 4 대 0 완승을 거둔 뒤 수베로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한화는 후임 사령탑으로 최원호 2군 감독의 선임도 발표했다. 3년 총액 14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3억 원, 옵션 3억 원)의 조건이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는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질 배경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시즌 중 감독 교체는 드문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경기 직후 발표는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한화는 이날 완벽한 승리로 2연승, 최근 6경기에서 5승의 상승세를 탔던 터라 수베로 감독의 경질과 최 감독 선임은 그야말로 깜짝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다만 한화 사령탑 교체에 대한 전조는 있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6연패를 당했을 때다. 지난 2일 한화는 두산과 잠실 원정에서 0 대 3으로 지면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당시 10경기 1승 9패로 6승 18패 1무(승률 2할5푼),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3일 두산과 원정을 앞두고 수베로 감독은 3년 연속 최하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발끈하는 모습도 보였다. 수베로 감독은 "한화는 최근 수년 동안 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타이트한 경기를 하는 등 내용들이 달라졌기 때문에 지난 몇 년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구단은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수베로 감독이 부임한 2021년 한화는 49승 83패 12무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듬해는 96패(46승 2무)로 성적이 더 나빠졌다. 이에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채은성을 6년 최대 90억 원에 데려오고 우완 이태양과 내야수 오선진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올해는 지난 2년과는 다른 모습이 나와야 했다.
한화는 그러나 올해도 여전히 리그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3일 두산에 8 대 3으로 이기면서 연패를 끊어 분위기를 바꿨다. 노시환의 맹타와 문동주, 김서현 등의 호투 등 젊은 투수들의 호투 속에 최근 5승 1패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구단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지난 2년 동안 세대 교체에 따른 실험으로 구단을 운영한 수베로 감독의 기조가 올해도 이어진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 구단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3일 돌풍을 일으키던 메이저 리그 피츠버그를 예로 들며 "피츠버그도 한때 100패를 하는 등 부진했지만 좋은 과정들이 있었기에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서 한화의 반등 가능성을 역설했다. 당시 피츠버그는 20승 10패로 내셔널 리그(NL) 전체 승률 1위를 달렸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공교롭게도 이후 1승 7패, 부진에 빠졌다. 여전히 NL 중부 지구 1위를 달리지만 0.5경기 차 불안한 선두다.
그러면서 수베로 감독은 "한화도 현실적으로 디테일하게 실수들을 보완해간다면 내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높은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던 것이었는지 수베로 감독은 끝내 한화의 더 높은 비상을 보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