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몸이 아프면 병원 가서 치료받아야지, 왜 양귀비를 키워요."
붉은색 양귀비가 꽃을 피울 시기인 5월, 전국에서 마약류 양귀비를 불법 재배하다 적발된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도 지난 4월까지는 마약류 양귀비 단속 실적이 단 1건에 그쳤지만, 5월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고 단속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5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양귀비를 식별하기 쉬어질 뿐만 아니라, 마약류 범죄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까닭에 적발이 급증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양귀비를 불법 경작하다 적발된 이들이 대부분 60~80대의 고령자란 점이다.
오랜 기간 마약류를 단속한 경찰은 "어린 시절 경험으로 양귀비 효능에 대한 믿음을 가진 노인들이 많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마약류 양귀비는 중추신경계통에 작용해 진통·진정 작용 있고, 이질·설사에 지사 효과 있다.
그래서 신경통, 배앓이, 불면 등 노인성 질환을 달고 사는 고령층이 병원에 가는 대신 양귀비를 몰래 심어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양귀비에 맺힌 열매에 상처를 내면 유액이 흐르는 데, 이걸 모아 굳히면 아편이 된다.
양귀비 재배 노인 상당수는 약이 귀해 열매 자체를 차로 끓이거나 술에 담그는 방식으로 복용하던 과거 기억과 경험에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지난해까지는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50주 미만 재배 행위는 압수와 계도로 끝냈지만, 최근 엄정 대응 기조에 따라 단 1주만 재배해도 고의성이 입증되면 입건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불법 재배가 적발된 이들은 마치 입을 맞춘 듯 "바람에 꽃씨가 날아와 나도 모르게 자랐다"라거나 "꽃이 예뻐서 키웠다"고 고의성을 부인하는 형편이다.
경찰은 단속 전력이 있는 마을과 지역에서 해마다 반복적으로 양귀비 불법 경작이 적발되고 있어 노인들이 양귀비 씨앗을 품앗이하듯 나눠 심는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한 장소에서 여러 주 양귀비를 불법 경작한 사실이 적발돼 주인을 찾아보면, 마을의 여러 노인이 몇주씩 나눠 심은 정황이 드러나기도 한다.
한 일선 경찰관은 "양귀비의 약효를 맹신한 노인들이 씨앗을 서랍 깊숙한 곳에 몰래 보관하며,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눠 유통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지속적인 단속에도 마약 양귀비가 계속 재배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귀비를 고의로 키울 경우 혐의가 입증되면 일반 마약사범과 같은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마약류인 양귀비 약효에 기대지 말고,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