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사서직 직무변화 현황조사 및 정책적 지원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코로나19 시기 증가한 비대면 서비스는 신기술 도입과 디지털화로 인한 신규 콘텐츠 서비스 증가로 이어졌다"며 "만성적 인력 부족 상황에서 새로운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로 사서직 종사자들은 업무량과 업무강도에 대한 부담감을 상당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4600여 개관에 달하는 사립 및 작은도서관의 경우 형편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는 전국의 공공 도서관 사서 150여 명이 모였다. 뉴시스에 따르면 10일 열린 사서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높은 노동강도에 처한 사서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사서는 도서관에서 근무하며 각종 도서관 업무를 관장하는 직무다. 서고를 정리하고 자료조사를 하며 도서관을 관리하는 정도로 인식되기 쉽지만 규모와 환경에 따라 업무강도 편차가 크다. 특히 대민 공공서비스와 지방행정과의 협력 업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까지 늘어났지만 인력과 재정, 처우 개선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제를 맡은 윤자호 일하는시민연구소 연구위원은 "도서관의 역할은 커지고 있지만 사서의 처우와 노동 조건은 비가시화 됐다"며 "업무는 늘어나는 한편 노동자 인력은 보충되지 않아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인 현실 국가공무원노조 국립중앙도서관지회장은 사서의 처우 개선이 미흡한데 대해 '편한 직업'이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도 한 몫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서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편하겠다' '책 많이 읽으니 좋겠다'라는 말들"이라며 "어느 도서관이든 사서가 대출·반납 업무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사서의 업무는 80년대 이후 시대적 상황에 따라 꾸준히 변화해왔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 데이터화 작업과 대민 서비스, 프로그램 운영, 타 기관과의 협력 활동 등이다. 과거 도서관이 서고이자 이용자층이 제한적인 교육시설로 인식됐지만 2000년대 들어 도서관의 형태와 규모, 운영방식이 다양화 되면서 사서에 대한 업무범위도 늘어났다.
사서 증원은 답보상태인데다 수당은 40년째 동결된 상태다.
우현실 사서는 "우리는 육체노동자이자 문화행사 기획자, 신간과 작가를 공부하는 전문가, 매일 수백 명을 상대하며 민원을 감당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라고 말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서비스를 확대만 해왔고 축소는 없었다"며 "일이 늘어나면 운영 시간을 줄이든지 인력을 확대해야 하는데, 둘 다 이뤄지지 않아서 사서들이 오버타임으로 메우고 있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혜련 문체부 도서관정책기획단 사무관은 "사서 수당은 기본적인 물가 인상률이나 타 직무와의 형평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사혁신처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립중앙도서관의 보고서는 이같은 문제의 해결 과제로 △디지털 정보기술 발달 등으로 더욱 확장되고 있는 도서관 역할 수행과 도서관 현장의 만성적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사서 인력 충원 △사서직 종사자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기회 보장 및 사서수당 인상 등 현실적인 보상체계 마련을 통한 처우 개선 △도서관 이용자 응대 과정에서 사서직 종사자가 겪게 되는 감정노동 문제를 예방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 대책 마련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전국시군구공무원노조연맹,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이 공동주최했다. 오는 6월에는 비공무원 사서직 노동자 처우 개선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