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쩌면 같은 고민과 혼란을 겪었을 모든 이의 이야기를 루카스 돈트 감독은 아름다운 미장센과 시리면서도 따뜻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영화 '클로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커다란 감동으로 감싸 다가온다.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에덴 담브린)와 레미(구스타브 드 와엘)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 만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천재 감독인 루카스 돈트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클로즈'는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 두 소년이 마주해야 했던 시리도록 아름다운 계절을 담은 드라마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등 총 48관왕, 60회 노미네이션된 세계적인 화제작이기도 하다.
레오와 레미는 친형제 이상으로 매우 친밀한 사이다. 레오와 레미는 일상은 물론이고 미래도 함께 꿈꾼다. 그러나 또래 아이들은 레오와 레미를 '다르게' 바라본다. 아이들은 친밀한 두 사람을 향해 "친구라기엔 너무 가깝다"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과 말은 절대 떨어질 수 없을 거 같던 레오와 레미 사이에 균열을 만든다.
이 균열은 레오의 상상력마저 꺼버리고 레미와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또래 아이들의 시선과 말이 두려운 레오는 레미와의 거리를 점점 벌리려 하고, 그 과정에서 상상력 풍부하던 레오는 또래 집단의 일반적인 문화를 향해 기계적으로 들어간다. 다르고 낯선 소수의 집단을 벗어나 일반적인 다수의 집단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레미의 죽음 이후 레오는 늘 옆에 있던 레미의 부재가 눈과 마음에 밟힌다. 혼자인 잠자리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늘 함께하던 자리는 레미 대신 공허만이 존재한다. 레오는 레미와 멀어져 갔던 만큼 조금씩 레미의 빈자리를 느낀다. 그렇게 레미의 죽음 이후 레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그리고 말하지 않은 채 홀로 상실의 아픔을 끌어안는다.
자신으로 인해 레미가 죽었다는 죄책감과 누구보다 친밀한 관계였던 존재를 떠나보냈다는 상실감 그리고 슬픔이 뒤섞여 레오의 내부에만 맴돈다. 결국 레오는 그 모든 마음을 끌어안고 제대로 된 애도조차 하지 못한다. 레오는 어딘가 고장 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하루하루 홀로 견뎌내며 잠들지 못하던 레오가 형에게 나직이 "레미가 보고 싶어"라고 속삭이듯 내뱉는 고백은 그래서 더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다친 손목을 억압하고 있던 캐스트를 풀며 손목의 자유를 얻은 것처럼, 레오는 슬픔과 죄책감을 묶여 있던 마음을 풀어내며 비로소 진정으로 친구 레미를 애도하고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어린 시절 혹은 지금도 타인의 시선과 말에 흔들리고 두려워하며 내 마음을 닫고, 가장 사랑하고 친밀했던 누군가와의 관계를 닫고, 멀어지려 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클로즈'는 그런 시간과 아픔을 겪었던 모두의 마음과 그때 그 시간을 애틋하면서도 따뜻하게 위로하는 영화다. 이 시리도록 아프고 그렇기에 더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레오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함께 아파하고 함께 레미를 애도하게 된다. 왜냐하면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꽃밭의 화려함은 레오의 상황을 더욱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꺾이고 잘려도 다시 자라나 화려하게 피어나듯이 레오와 우리의 삶도 꺾이고 잘리는 고통을 겪으며 다시 피어나길 반복한다. 레오의 고뇌와 슬픔은 반복될 거다. 다시금 자신을 억압하고 누군가와 거리두기 하며 가둘지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피어나리라는 걸 보여준다.
'클로즈'를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레오 역 에덴 담브린과 레미 역 구스타브 드 와엘은 마치 그곳에 처음부터 레오와 레미로 존재했던 것처럼 인물 그 자체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어쩌면 대단한 배우의 시작점을 목격한 것인지도 모른다.
104분 상영, 5월 3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