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두환 씨의 부인 이순자 씨가 비자금 폭로, 5·18 사죄 등 다양한 행보에 나선 손자 전우원 씨에게 "주제넘게 나서지 말라"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MBC PD 수첩은 지난 9일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전우원 모자(母子)의 고백'이라는 방송에서 이 씨가 전 씨에게 보냈던 메시지를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달 19일 이 씨의 연희동 자택을 찾아갔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전 씨는 발길을 돌리며 '할머니 미국에서는 보러오라고 하셔서 할머니 뵈러 왔어요. 많이 바쁘시죠? 사랑해요 할머니'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씨는 전 씨가 일가의 비리를 폭로할 당시 "돌아와라. 제발 이 할미 품으로. 이 할미도 유방암 2기라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함께 최선을…."이라며 회유하기도 했다.
전 씨는 자택 앞에서 '할머니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저희 비자금 관련해서 할 말씀 있으시냐고"라며 "할머니는 제가 거짓말하는 것 같으시냐고 아니면 할머니는 진짜로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는지…"라고 답변했다.
이후 며칠 뒤 이 씨는 전 씨에게 분노섞인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씨는 "너의 기억의 출처는 모두 16년 전 우리집을 떠난 너의 어머니의 것으로부터 온 것인듯 하다"라며 "마약에 손을 대고 헤롱데는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해?"라고 질책했다.
이어 "5·18 때 태어나지도 않은 너는 주제 넘게 아무데나 나서지말고 자신에게 떨어진 일이나 잘 처리하도록 해라"라고 덧붙였다.
앞서 제작진은 이 씨와의 연락에서 전 씨의 비자금 폭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겨우 열한 살. 그 아이가 폭로하는 내용은 모두 그 어미가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데"라며 "재용(전 씨 부친) 일가는 일본에서 돌아온 후 분가해서 살고 있었고 일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모여서 운동하거나 놀이공원에 가거나 오락실에 가는 등 했기 때문에 손님을 일요일에 집으로 부르는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원이는 아무리 허튼소리를 해도 내 피붙이라 끙끙 앓으면서도 참고 있지만, 우원이 친모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위자료로 받고 2007년에 이혼한 사람이 무슨 목적을 갖고 병든 아들을 사지로 몰고 가는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 씨는 지난 3월말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들을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죄했다.
당시 전 씨는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