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택배기사' SF 거울…디스토피아가 꿈꾸는 유토피아

10일 서울 영등포구 프로보크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감독 조의석) 제작발표회에서 조의석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왼쪽부터 송승헌, 김우빈, 조 감독, 이솜, 강유석. 박종민 기자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40년 전,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다. 그날 이후 대부분의 대륙은 바다에 잠겼고 한반도는 사막으로 변했다. 생존자는 단 1퍼센트. 이 가운데서도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난민이란 이름으로 산소 부족, 굶주림, 차별에 지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오는 12일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는 문명 붕괴 뒤 인류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물이다. 배경은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 한반도. 이곳에서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면서 이야기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10일 서울 영등포 '프로보크 서울'에서 열린 '택배기사' 제작발표회에 함께한, 이 작품을 연출한 조의석 감독은 "이 작품 속에서 5-8은 유토피아를 꿈꾼다. 저 역시 세상이 더 평등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늘 갖고 있다"며 "이러한 마음이 작품에 녹아들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에서 택배기사는 사람들 생명을 유지시키는 산소와 생필품을 전달하는 존재다. 오염된 공기와 모래로 뒤덮인 사막을 지나 잔인한 헌터들 공격을 뚫고 정확한 시간에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택배기사가 되기를 꿈꾼다. 이러한 세상에서 5-8은 전설의 택배기사다.

주인공 5-8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김우빈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코로나19로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는 상황에서 '택배기사'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점에 끌려 참여했다"며 "기억에 남는 극중 액션신은 5-8의 과거 회상 장면이다. 현재 액션과는 달리 투박하지만 그가 지닌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잘 드러나는데, 이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그 점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프로보크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감독 조의석)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왼쪽부터 송승헌, 김우빈, 이솜, 강유석. 박종민 기자
사막화 한 한반도에서 불평등한 질서를 세운 이가 있다. 천명그룹 류재진 회장 아들이자 들끓는 야욕을 가진 천명의 대표 류석이다. 그는 5-8의 대척점에 선 악당이다.

이 캐릭터로 분한 송승헌은 "큰 목표 속에 작은 희생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류석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봤을 때 악에 가까울 것"이라며 "자신만의 신념과 뜻을 갖고 있다는 점이 그를 더 외롭게 만들었을 텐데, 이러한 점들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연기했다"며 "우리는 산소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데, 우리 작품 속에서처럼 산소 마스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오면 큰일 나겠다는 마음에서 환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5-8과 함께 이 드라마 중심축을 이루는 캐릭터는 난민 사월이다. 일반구역에서 몰래 지내 온 그는 택배기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산다. 사월은 그 목표에 도전하면서 부조리한 세상을 깨달아 간다.
 
이 캐릭터를 맡은 강유석은 "사월은 사막화 한 지구라는 어두운 세상에서도 희망을 품고 사는, 밝고 용기 있는 인물이다.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며 "'액션괴물이 되면 좋겠다'는 감독님 말에 부담감을 갖고 석달 동안 매일 같이 액션스쿨에 다니면서 준비했다"고 했다.

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이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극중 정보사 소령 정설아가 그러한 인물이다. 그는 난민 사월을 몰래 거두어 준 생명의 은인이다. 천명그룹의 의심스러운 행보에 독자적인 조사에도 들어간다.

정설아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솜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택배기사가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로 탄생했다는 데서 이 작품에 끌렸다"며 "극중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점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 감독은 "난민 출신 5-8을 중심으로 한 택배기사들은 낮에는 택배기사로 일하고 밤에는 난민들에게 생필품을 나눠 주면서 보호하는 자경단 역할을 한다"며 "이 점에서 '택배기사' 영어 제목을 '블랙나이트'(Black Knight)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 웹툰과 비교했을 때 세계관 자체는 같지만, 원작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부여했다"며 "디스토피아를 다룬 여타 작품과 다른 점은 다양한 액션, 돋보이는 각 캐릭터 매력처럼 보다 오락적이라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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