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삼회담 이후 첫 '수요집회'를 맞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일본 정부가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0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159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열고, 최근 방한한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일본 과거사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는 말로 사죄를 대신할 수 없다"고 외쳤다.
20여명의 참가자들은 '30년간의 외침,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인권을', 공식사죄, 법적배상' 등이 적힌 팻말을 손에 들고 아스팔트 거리 위에 앉았다.
정의연은 성명을 통해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애매한 말만 하고 떠났다. 이 발언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말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총리 자격이 아닌 개인적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라며 "이런 기만적인 말장난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역사의 잘못을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요구에 적극 응댑향 한다"며 "역사를 바로잡고 전 세계 여성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이 자리에서 외친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운동가는 이날 집회 현장을 직접 찾아 윤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라고 호소했다.
한복을 차려 입고 발언대에 오른 이 운동가는 "저요. 꼭 할 말이 있습니다"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 운동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남산에 안중근 의사님, 윤봉길 의사님 만나고 세번째로 저를 찾아오셨다"며 "(윤 대통령이) 찾아오셔서 "아직까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안 돼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단단히 들어라. 저는 윤 대통령이 거짓말 하신 게 아니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빨리 약속한 모든 것을 이행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일본은 말로 해서는 안 된다. 엄격히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법으로 해결한다면 저는 어떤 해결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수요집회 인근에서는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수요집회가 열린 평화로 인도에는 '위안부사시극의 상징, 흉물 소녀상 철거', '위안부 동상은 나라의 수치'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폄하하는 내용의 현수막 8개가 걸려 있었다.
보수단체는 이용수 운동가가 발언대에 오르자 집회 현장 주변으로 몰려와 "사기 치지마", "거짓말 하지마" 등을 외치며 소음을 일으켰다. 정의연은 집회 현장을 정리해달라고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